금융당국이 공모주 수요예측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올 1월 LG에너지솔루션 공모 당시 기관투자가들이 청약증거금이 없다는 제도적 허점을 파고들어 1경5200조원이 넘는 ‘묻지마 뻥튀기 청약’에 나서면서 공모가 상승 등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일자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은 일정 기준에 따라 기관투자가의 공모주 청약 한도를 신설해 올 하반기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는 1999년 도입된 공모주 수요예측제도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내 증권사에서 최근 2년간의 기관투자가 공모주 신청 및 배정 결과 자료를 받아 기관투자가의 뻥튀기 청약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주관사(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불공정 행위가 일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적발된 주관사와 운용사를 제재하는 동시에 재발 방지를 위한 수요예측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증권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자금 여력에 맞게 공모주를 청약해 투자하고 주관사도 이를 충실하게 확인하고 공모주를 배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 이르면 올 상반기 발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기관투자가는 일정 기준에 따라 공모주 청약 한도를 부여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운용사, 연기금, 투자일임사 등은 자기자본의 일정 배수 이상으로 청약하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두고 펀드는 순자산가치(NAV)에 비례해 최대 신청 한도에 차등을 두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금융위는 주관사들이 실무적으로 2000여 곳에 달하는 기관투자가의 자기자본 및 펀드 순자산을 실시간 확인하기 어렵다며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증권사마다 제각각인 기관 분류 방식과 공모주 배정 기준을 표준화하는 작업도 추진된다. 제각각 기준을 적용해 주관사가 공모주를 ‘깜깜이’ 배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표준화한 기관 분류 및 배정 기준을 통해 공정한 공모주 배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고재연/전예진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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