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의 핵심 수익지표인 정제마진도 18달러대를 넘으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까지 폭등하는 최근 상황이 반영되면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코로나19, 그린플레이션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유가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이달 셋째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18.15달러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값을 뜻한다. 지난 1~2월 평균 6~7달러대를 기록하던 정제마진은 3월 넷째주 13.87달러로 솟아오른 뒤 4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상 정제마진은 유가 상승기에 같이 올라가는 흐름을 보인다. 유가가 상승하면 미리 구입해 둔 원유의 재고평가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13.16달러까지 치솟았다. 일주일 전(98.48)과 비교했을 때 14.68달러 급등했다. 지난 18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108.11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8.21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국제 유가가 뛴 배경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도 있지만 중국 티팟(소규모 정유사)들의 가동률이 50%대로 낮춰진 이유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내수용 물량이 부족해질 것을 우려해 티팟들의 수출을 막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이 막힌 티팟들이 가동률을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에 붙는 프리미엄(OSP)도 고공행진 중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세계 2위 산유국인 러시아 원유 공급이 불안정해지자 사우디산 원유로 수요가 몰리는 중이다. 3월 2.8달러였던 OSP는 4월 4.95달러로 오르더니 오는 5월은 9.35달러로 정해졌다. 항공유 공급차질 조짐도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동부 항공유 가격이 갤런당 7.59달러를 기록했다. 41년 만에 최대치라는 설명이다.
고유가 추세와 석유제품 공급 차질현상이 맞물려 정제마진은 초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반응이 나온다. 올해 1,2분기 호실적이 예상된다. 하지만 하반기 실적은 급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치솟는 국제유가가 반영될 경우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장기적으로 수요 기반도 악화될 전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에너지원이 석유에서 대체 에너지로 넘어가는 과도기가 오면서 공급과잉에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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