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뭐길래…민주당, '위장탈당' 꼼수까지 총동원

입력 2022-04-21 10:11   수정 2022-04-21 10:36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향한 더불어민주당의 독주가 예사롭지 않은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다수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하기 위해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20일 돌연 탈당하는 등 검수완박 통과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양새다.

민 의원의 민주당 전격 탈당은 민주당 출신 양향자 의원의 검수완박 반대 입장문이 유출되면서 비롯됐다.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확산한 양 의원 명의 입장문에는 “나는 문재인 대통령 영입 인사로, 누구보다 문 대통령 성공을 바라는 사람”이라며 “그래서 이번 (검수완박) 법안이 이런 식으로 추진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어 “나는 글로벌 IT 기업 엔지니어였다. 하나의 제품을 내놓기까지 끊임없이 검증한다”며 “표결과 의사 결정에 앞서 좀 더 시간을 갖고 논의하자”고 했다. 양 의원은 고졸 출신 여성으로 삼성전자에서 최초로 임원(상무)을 지냈다. 또 “이번 판단이 정치 기반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음을 잘 알지만 양심에 따르겠다”는 내용도 있다.

민주당은 안건조정위 소집에 대비해 양 의원을 법사위에 배치했지만, 양 의원이 기대와 달리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 꼼수를 동원했다.

쟁점 안건을 최장 90일간 심의하는 안건조정위원회는 3대 3 여야 동수로 구성하게 되어 있는데, 민 의원이 탈당함으로써 야당 몫으로 조정위에 들어간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여야 3대 3 숫자만 맞춰 배치한 후 국민의힘 반발을 무력화 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친여 무소속 의원으로 실질적으로는 4 대 2가 됨으로써 법안을 신속 처리하려는 꼼수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안건조정위는 여야 3인 동수로 구성해야 하지만 민 의원이 안건조정위에 들어가면 사실상 여야가 4대2인 상황"이라며 "안건조정위는 하나 마나 한 구색을 맞추기요, 짜고 치는 고스톱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여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는 나오고 있다.

조응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절차적 정당성이 없으면 민주주의가 무너진다는 말이 있다"며 "국민들의 시선이 두렵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기간 중 이재명 후보가 위성정당에 대해 몇 번이나 사과하고 반성했지 않았냐"며 "그런데 얼마나 됐다고 또 이런 탈당까지 무리수를 감행하는지, 국민들이 뭐라고 생각하실지 좀 두렵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회부하고 표결하는 절차까지 속도를 낸 뒤 이번 주 내 법사위 통과를 마무리 짓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양 의원이 검수완박 반대표를 던질 거라는 문건은 메신저를 통해 폭로된 것으로만 알려졌을 뿐 양 의원조차 유출 경로를 모르는 상황이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자신의 반대 선언 이후 법사위 소속 민 의원을 '꼼수 탈당'시킨 것에 대해서는 "다수당이라고 해서 의원을 탈당시켜 안건조정위원으로 하겠다는 발상에는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비판하고 "검찰개혁은 시대적 소명이지만 좀 더 숙고하자. 민주당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양 의원은 삼성전자 최초의 상고(商高) 출신 여성 임원이다. 2016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영입한 후 2020년 4월 총선 때 광주 서구을에서 당선됐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보좌진의 성 추문 문제가 불거진 뒤 탈당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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