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산업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현행 노동정책이 스타트업에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유럽처럼 연간 단위 총량 방식을 도입해 노동 유연성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스타트업 민간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21일 ‘스타트업의 고용 촉진을 위한 노동정책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2018년 설립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1800여개 회원사를 보유한 국내 최대 스타트업 단체다. 이번 보고서는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집필했다.
보고서는 스타트업 혁신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근로 시간 규제’와 ‘임금 규제’ 두 가지를 꼽았다. “스타트업의 생존과 성장은 시간에 달려있는데, 주당 52시간 근무를 강제하는 현행 규제를 스타트업에 치명적”이란 것이 박 교수 분석이다. 스타트업은 새 제품의 시장 진입 시기를 잘 파악해야 하고, 서비스 피드백에 대한 수용이 수시로 이뤄져야 하므로 근로 시간을 예측하는 것이 애초에 어렵다는 지적이다.
임금 규제도 장애물로 봤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임금 지급이 지연되면 벌칙과 사업주 명단 공개 등이 따른다. 보고서는 “스타트업 종사자들은 일반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되, 일정 기간 매도가 불가능한 스톡옵션을 받고 후에 큰 보상을 얻는 형태를 취한다”며 “초기 단계에 급여 지급이 불규칙할 수 있는데, 현행법상 임금체불에 해당하는 것은 재도전이 불가능할 정도의 타격”이라고 전했다.
유연근무 강화를 해결책으로 꼽았다. 유럽은 근로 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했다. 1년 단위 초과근로시간을 휴가나 금전으로 보상받는다. 일본은 연간 720시간 범위에서 월별로 연장근무가 가능하게 했다. 박 교수는 “미국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일본의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처럼 당사자 간 근로계약으로 법정 근로 시간과 달리 약정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임금 제도 개선도 촉구됐다. 보고서는 “퇴직 근로자를 위한 임금채권보장기금의 지급 요건을 확대하고, 가칭 ‘임금 연대기금’을 조성해 사업주 대신 체불 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독일과 같이 기간제 근로자를 최대 4년까지 계약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임금 기준을 시간이 아닌 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제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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