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반도체 공장에 안전 관리용 로봇개 '스팟'(Spot)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시행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트렌드에 따른 선진 경영으로의 체질 개선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2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스마트 안전기술 시연회를 열고 공장 안전 서비스 로봇 스팟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SK하이닉스가 '가온(GAON)'이라고 따로 이름까지 붙인 이 로봇에는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에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의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가 탑재됐다.
가온은 현장에서 이동하기 어려운 좁은 공간과 계단 등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관절이 유연하게 움직여 눈으로 확인하기 힘든 사각지대의 위험요소까지 파악할 수 있는 특징을 지녔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야간에 혼자 작업하다 마주치면 무서울 것 같지만 위험한 구역이나 반도체 공장에서는 더 유용할 것 같다" "로봇개를 TV에서만 봤는데 실제로 우리 공장에 들어온다고 하니 최첨단 반도체 회사라는 게 실감이 난다" "첫 인상은 신기했지만 계속 보다보니 너무 실제로 살아있는 동물처럼 돌아다녀 무섭다" 등의 다채로운 반응을 보였다.
앞서 현대차그룹도 지난해 9월부터 스팟을 기아 오토랜드 광명 공장 산업 현장에 투입했다. 지난해 초 현대차 공장 협력업체 직원이 숨진 것이 계기가 됐다.
그러자 다른 기업들도 '스팟 모시기'에 나섰다. GS건설은 스팟을 아파트와 공연장, 도로 현장에서 공사 품질을 관리하는 감리 로봇으로 활용하고 있다. 로봇에 5세대 이동통신(5G) 중계기(라우터)와 3D 레이저스캐너가 장착돼 경로 제약 없이 로봇을 제어할 수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로봇이 유해가스 검출 및 위험지역에 투입돼 근로자의 안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현장에 스팟을 투입하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롯데건설은 연세대와 손잡고 3D 데이터 취득용으로 스팟을 건설 현장에 투입했다. 한라그룹도 아파트 단지 개발 현장에 스팟을 투입했고, 중흥건설 역시 스팟을 건설 현장에 안전 요원으로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에서는 화재 진압 현장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부쩍 스팟 알리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8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남양연구소를 방문할 때 스팟을 대동했다. 당시 현대디자인센터에 도착한 안 위원장은 스팟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행사장으로 들어섰다. 또 지난 13일 '뉴욕 오토쇼 2022' 현장을 찾은 정 회장이 로보틱스 비전 발표를 위해 무대에 등장할 때도 스팟을 데리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이 경영 리스크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중대재해처벌법"이라며 "각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전담 조직을 꾸리거나 로봇을 투입해 인명사고를 '원천 차단'하는 방안을 구상하면서 스팟의 용처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 관리용으로 로봇개를 도입하는 추세를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해킹·보안 문제, 기술 탈취 방지 기술 등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다"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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