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원폭 2000배…푸틴, 美 보란듯 ICBM 쐈다

입력 2022-04-21 15:09   수정 2022-05-21 00:02


러시아가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핵탄두를 15개 이상 장착해 미국과 유럽을 모두 사정권에 둘 수 있는 ICBM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서방에 핵 위협을 해 온 러시아는 올 하반기에 차세대 ICBM을 실전 배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차세대 ICBM인 ‘사르맛’(RS-28)의 발사 시험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에서 “이 무기는 우리 군의 전투력을 강화하고 위협으로부터 러시아 안보를 확실히 보장한다”며 “러시아를 위협하려는 적들이 다시 생각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2009년부터 격납고(사일로) 발사형 ICBM인 사르맛을 개발해왔다. 옛 소련 시절 생산한 ICBM인 ‘보예보다’(R-36M)를 대체하는 용도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보예보다와 사르맛을 각각 ‘사탄’과 ‘사탄2’라고 명명했다.

러시아는 2018년에 사르맛 개발을 완료하고 실전에 투입하려 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그 계획을 연기하다기 올가을에 실전 배치하기로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가 시험 발사를 여러 차례 미뤄오다가 서방과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사르맛을 시험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전에 비해 사르맛의 성능은 더 발전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6년만 해도 사르맛은 1단 액체 엔진의 추진체를 썼지만 이번엔 3단 액체 엔진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속도와 사거리 등도 개선됐다. 영국 더 타임스에 따르면 사르맛의 최대 사거리는 1만8000㎞ 이상으로 지구 둘레(4만㎞)의 절반에 가깝다. 핵탄두(MIRV)를 최대 16개까지 실을 수 있으며 음속의 5배 이상인 신형 극초음속(HGV) 탄도도 탑재가 가능하다. HGV는 지구상 어디든 1시간 이내에 타격할 수 있으며 미사일에서 분리된 뒤에도 자체 경로를 따라 비행하도록 설계돼 있다.

사르맛에 장착된 핵탄두 위력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보다 2000배 큰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는 사르맛 1기로 프랑스 전체나 미국 텍사스주 정도의 지역을 완전히 초토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날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러시아의 시험 발사는 통상적인 일로, 미국이나 동맹국에 위협이 된다고 평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푸틴 대통령에게 마리우폴 점령을 보고했다고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이 21일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마리우폴에서의 군사 작전 성공을 축하하며 우크라이나군이 항전 중인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총공격할 필요가 없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아조우스탈을 봉쇄할 것을 지시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허세민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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