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룸’은 ‘연결된, 다음의’라는 뜻의 불어 스위트(suite)에서 따왔다. 하지만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달콤하다는 말, 스위트(sweet). 그 뜻과 어원이 무엇이든 무슨 상관이랴. 럭셔리 스위트룸은 누구나 한번쯤 머물고 싶은, 상상만으로도 달콤한 꿈처럼 다가오는 공간이다. 특급호텔엔 하룻밤 1000만원대를 넘는 스위트룸도 있지만 요즘은 100만원 안팎에 특별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도 적지 않다. 이 글은 서울 도심 한복판 스위트룸에서 꿈 같은 하룻밤을 보내며 썼다.
욕실은 4성급 호텔 디럭스룸만 한 크기다. 욕실에서 ‘웅장하다’는 감탄사가 나올 수 있다니. 객실 한 면 전체가 통유리여서 욕실에서도 거실에서도 침실에서도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다. 마치 이륙하다 가장 아름다운 장면에서 멈춘 비행기를 타고 있는 것 같았다. 객실보다 두 층 높은 라운지에서는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서울 시내를 보며 샴페인과 칵테일, 고기와 치즈 등 간단한 저녁을 즐길 수 있다. 스위트룸을 예약할 땐 미리 침구를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어느 정도 단단한 매트리스를 쓸 건지, 베개의 높이는 어떻게 할지 세심하게 나에게 맞는 침구를 골랐다. 어떻게 잠들었는지, 어떻게 깨어났는지 모를 정도로 깊은 잠을 잔 이날. 스위트룸에서의 하룻밤은 ‘특별한 공간이 나를 지금보다 조금 더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시간이었다.
공간을 구성하는 가구와 소품도 다르다. 롯데호텔 로열스위트 객실에는 세계 3대 피아노 중 하나인 독일 C 베히슈타인 그랜드 피아노가 있다. 투숙객 전용 운동 공간엔 최첨단 트레드밀, 사이클도 놓여 있어 밖으로 나갈 일이 거의 없었다.
서울 포시즌스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에선 마돈나, 빌 게이츠 등이 사용하는 서브 제로 냉장고가 놓여 있고, 동서양을 넘나드는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이 방을 밝혔다.
복층 구조인 반얀트리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은 스파를 즐길 수 있는 대형 풀 2개와 습식 사우나를 갖췄다. 실내에 전용 엘리베이터를 둔 호텔도 있다. 일반인에겐 폐쇄적이던 스위트룸이 요즘은 문을 점점 열고 있다. 조선 그랜드 마스터스 스위트는 개관 때부터 ‘플렉스(Flex·과시 소비)’를 원하는 일반인을 겨냥했다. 롯데호텔 로열 스위트는 일반인도 투숙할 수 있지만, 객실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는 예약할 수 없다. 이 객실을 예약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호텔 세일즈팀 담당자에게 연락해야 한다. 100만원 이하로 가격을 낮춘 스위트룸도 등장했다.
한경제/이미경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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