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세수를 마치고 문득 거울 속의 나를 들여다본다. 세상일은 혼자 다 짊어진 듯 퀭한 눈빛의 어른 한 분이 계신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지금 대한민국을 사는 어른들에게 치유가 필요하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법, 내가 나를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서 사는 일의 고단함만 어찌 탓하랴. 완도에서 치유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대한민국 해양치유 1번지, 완도다.
전남 완도의 첫인상은 ‘치유의 바다’다. 완도는 리아스식 해안이 특징이다. 하천이 지형을 깎은 자리에 바닷물이 들어와 복잡한 해안선을 형성하는데, 이는 천혜의 비경과 함께 해양생물이 자라는 데 좋은 환경을 만들어낸다. 완도의 성격, 아니 기후는 둥글둥글하다고 하겠다. 연평균 기온 15.1도, 평균 최고기온 19.2도, 평균 최저기온 11.6도로 연중 온화한 해양성 기후 덕에 해양·기후 자원이 더없이 풍부하다. 완도가 해양치유 일번지가 될 수 있는 이유다.
해양치유는 해양성 기후, 지형, 해니(갯벌), 해풍 등 천연 그대로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과 치료용품을 개발해 의료인의 질병 예방, 재활치료로 발전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독일은 전 국민 대상의 치유휴양단지 ‘쿠어오르트(Kurort)’ 350개소를 만들어 해양치유를 의료형으로 발전시켰다. 우리나라는 2017년 10월 해양수산부에서 협력 지방자치단체 4곳(전남 완도, 충남 태안, 경북 울진, 경남 고성)을 선정해 과학적 검증 및 산업화 모델 마련 등 연구개발을 추진 중이고 완도는 그중 대표적인 해양치유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주말 아침 완도의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에서는 예약한 인원을 대상으로 해양치유체험이 열린다. 주요 프로그램인 ‘해변노르딕워킹’을 배워보자. 등산스틱을 양손에 쥐고 해안가를 거니는 것이다. 다리의 각도, 팔 동작 등 기본기를 다지며 해변을 걷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 닦으며, 서로의 자세를 봐주며 걷는 사람들의 얼굴에 해맑은 미소가 번진다. 따듯한 햇살이 비추는 드넓은 해변을 걸으며 숨을 깊이 들이켜고 내쉬어 본다. 하얀 포말을 그리며 부서지는 파도에는 공기 비타민이라고 불리는 해양 에어로졸이 팡팡 터지며 걷는 이들을 응원한다. 우리나라는 1만3000여 종의 해양생물과 우수한 해양 경관, 천일염, 갯벌 등 ‘해양치유’에 필요한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글=정상미 여행팀 기자
사진=이효태 프리랜서 작가·완도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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