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공포가 엄습한 지난 2년. 길거리 상점 곳곳은 문을 굳게 닫았고, 소비심리는 급속히 위축됐다. 그럼에도 기부의 온기는 식지 않았다. 지난해 사랑의열매가 모금한 기부금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오히려 16% 늘어난 7619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상생의 기부 문화가 더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흥식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사진)은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우리 사회를 휩쓴 상황에서 어려운 개인들을 위해 법인과 고액 자산가에게 기부를 이끌어내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민간 나눔 기관으로 사랑의열매의 빠른 대응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어우러져 어려운 시기를 잘 지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ESG 확산으로 사회와의 상생을 실천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한층 더 뚜렷해지고 있다”며 “사랑의열매는 기업들의 이런 관심을 기부로 연결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며 기부금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사랑의열매는 기부에 참여하는 법인들에 ‘나눔명문기업’, ‘착한가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증해주는 사업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법인 기부 금액은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3919억원), 2019년(4474억원)보다 크게 늘어난 5232억원으로 집계됐다.
팬데믹 기간 고액 자산가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도 적극 나섰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지난해 사랑의열매 ‘한국형기부자맞춤기금’에 100억원을 추가 기부하며 총 174억4000만원으로 최고액 개인 기부자가 됐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배우자 소유진 씨, 세 자녀와 함께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동시 가입하기도 했다. 아너 소사이어티 신규 회원 수는 2020년 256명에서 2021년 304명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사랑의열매는 이렇게 모인 기부금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데 힘을 쏟았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실직자 등을 지원하는 ‘코로나19 일상회복 지원’, 코로나 블루로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코로나19 이후 대비하는 사회백신 프로젝트’ 등의 사업을 했다. 조 회장은 “사회에 급박한 상황이 펼쳐졌을 때 덩치가 큰 정부의 대응은 느릴 수밖에 없다”며 “민간 나눔 기관이 정부의 손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로 빠르게 온기를 전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이 생각하는 사랑의열매의 향후 주요 과제는 기부 문화의 디지털화다. 사랑의열매는 연말 집중 모금 캠페인인 ‘희망2022나눔캠페인(지난해 12월~올 1월)’에서 최초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홍보관을 설치하기도 했다. 홍보관을 통해 포인트 기부, QR코드 기부 등 새로운 방식의 기부 참여를 독려했다. 그 결과 희망2022나눔캠페인에서 온라인 기부는 전년 같은 캠페인 기간보다 1069건 늘어난 4301건을 기록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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