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과학의 힘

입력 2022-04-21 17:26   수정 2022-04-22 00:13

지난 18일 국회혁신형SMR포럼 세 번째 회의가 열렸다. 포럼 대표의원으로서 환영사를 했다. 소형원자로의 하나인 SMR의 필요성을 말씀드렸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 과정을 설명하는 용어 중 싱귤래러티(singularity), 즉 특이점이 있다. 2045년엔 AI가 싱귤래러티를 얻는 시기라고 한다. 알파고를 만든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2045년이면 AI가 그 전과는 다른 AI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한다.

인류의 역사에서도 호모사피엔스 이전과 이후를 나누는 순간에 인간의 인식능력이 현저하게 다른 특이점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나아가 그 싱귤래러티로 인류가 호모사피엔스라는 이름을 얻었던 순간을 상상해보자. 세상의 모든 것들이 인류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천둥, 번개, 비, 해일, 어둠, 심지어는 바위와 풀. 그래서 토테미즘과 샤머니즘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과학이 그 모든 것을 이겨낸 것은 아닐까. 어둠을 극복하기 위해 빛을 만들었으며, 천둥의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피뢰침을 만들었다. 물의 범람을 방지하기 위해 둑을 건설했고, 강을 건너기 위해 다리를 만들었다. 과학이 있어 지금의 인류가 있으며, 인류는 더욱 일진보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마주하고 있다.

다시 원자력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체르노빌 사태, 후쿠시마 사태를 통해 우리는 그 위험성을 알게 됐다. 탈원전과 친원전이라는 용어 속에서 서로 다른 진영이 생겨났다. 에너지의 안전한 사용은 뒷전으로 둔 채였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용어는 사라졌다. 원자력이 준 공포를 과학으로 이길 수 있다는 신념도 사라졌다.

과학을 다시 불러와야 한다. 그 속에 혁신형SMR이 있다. 소형원전인 SMR은 분산형 전원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소형이니 당연히 방사성 물질이 적어 안전한 편이다. 그러나 원자력에너지에 대해 비판을 넘기 위해서는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를 더 낮추고, 안전성을 더욱 확보해야 한다. 전 세계는 후쿠시마 사태를 목도했다. 원자력에너지의 취약성을 알게 됐으며, 한 마을이 폐허가 된 현장을 봤다. 당연히 원자력에너지 사용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는 원전이 특정 지역에만 촘촘히 세워져 있어 불시 사고가 날 경우 위험은 더욱 클 것이다.

지금 우리가 극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해결 과제는 기후변화다. 탈원전과 친원전이라는 진영을 떠난 과제다. 과학의 힘을 바탕으로 기후변화는 해결될 수 있다. 먼 옛날 공포를 과학의 힘으로 이겨냈듯 원전의 위험성 역시 과학으로 극복해야 한다. 기후변화라는 인류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선택이다. 인류의 공포를 이겨낸 힘, AI의 특이점을 공포가 아니라 진보로 만들 수 있는 힘, 과학! 정치를 거둬낸 과학이 인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일궈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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