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에 따라 안건조정위는 6명의 의원 가운데 4명이 찬성하면 해당 법안을 상임위 전체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이에 민주당 소속이던 민형배 의원은 안건조정위에 야당 측 비교섭단체 의원으로 합류하기 위해 지난 20일 탈당을 감행했다. 여당 의원 3명에 민 의원이 더해져 4 대 2로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대하더라도 관련 법안을 법사위 전체회의에 넘길 수 있다. 국민의힘은 야당 몫 의원 3명 가운데 민 의원이 포함되면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박 위원장은 민 의원 지명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22일까지 안건조정위와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 검수완박 2법을 상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검찰 정상화를 4월 국회 내에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의장은 22일 본회의를 소집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검찰도 각각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수완박법은 헌법에 규정된 검사의 영장신청권을 법률로 금지하려 함으로써 위헌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처벌 및 수사에 공백이 발생해 대다수 국민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힐 것”이라며 “법제처도 이에 공감했다”고 지적했다. 이용호 인수위 간사는 기자들을 만나 “(검수완박 입법이 차기 정부로 넘어가면) 윤석열 당선인은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한토론을 통한 의사 지연)를 통한 장기전을 펼치게 되면 민주당은 정의당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국회법상 토론 종료를 위해서는 의원 180인의 찬성 표가 필요하다. 민주당 의원 171명 전원에 민주당계 무소속 의원 등을 포함해도 3표가 부족하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투표 참여를 거부한 만큼 6석을 보유한 정의당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필리버스터 종료는 불가하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차수 변경을 통한 돌파가 거론되지만, 박 의장의 협조가 필요한 건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도 반기를 드는 의원이 잇달아 나오며 법안 처리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이날 김병욱·박용진·조응천·이소영 의원은 공개적으로 당의 무리한 입법 강행에 반대 입장을 발표했다. 김 의원은 민 의원과 함께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의 최측근인 ‘7인회’ 소속으로, 이재명계 내에서도 검수완박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조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현재 당내에는 이재명계, 비이재명계 같은 계파 구분은 없다”며 “검수완박계와 ‘검수덜박(검찰 수사권 덜 박탈)’계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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