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따르면 국가 전략기술의 R&D 로드맵을 짜고 예산 집행과 사업 평가 등 업무를 담당할 대통령 직속 민관합동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미래 먹거리가 될 국가 전략산업을 관할하는 조직을 대통령 직속으로 둔다는 의미다.
당초 민관합동위는 대선 공약이었던 차세대 반도체산업을 다루는 조직으로 논의가 이뤄졌지만, 통상 마찰 등이 우려되면서 관할 대상을 2차전지, 차세대 원전, 바이오, 우주·항공 등 국가 전략기술로 확대하기로 했다.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인수위원인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국가 전략기술의 지정과 세부과제 선정 등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 민관 합동으로 검토해 마련하기로 했다”며 “전략 로드맵 수립, 중장기 기술개발 목표 설정 등의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관합동위의 세부 조직과 인선 등은 청와대개혁태스크포스(TF)와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는 효율적인 반도체 R&D 예산 집행과 평가 등을 위해 민관합동위 하부 조직에 민간 기업, 대학, 연구소들이 상시 협력하는 조직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산·학·연 협의체인 미국반도체연구협회(SRC)를 벤치마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RC엔 인텔, 엔비디아 등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과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등 내로라하는 대학들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가 조직 운영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연간 운영비를 대부분 민간에서 부담하는 게 특징이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반도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R&D 흐름을 파악하고 학계의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민간 전문가 중심의 상시 운용 조직이 필요하다”며 “국내 대기업들도 SRC와 같은 조직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수위는 특히 정부의 반도체 관련 R&D 예산이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등으로 흩어져 있어 비효율적으로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장기 연구 과제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2004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국 12개 대학 등과 함께 추진한 차세대 메모리 사업이 대표적 사례로 거론됐다. 산·학·연에서 300명 이상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300개가 넘는 특허를 출원했다.
당시 삼성전자의 담당 임원이 현재 파운드리사업부장인 최시영 사장이다. 사업단장을 맡았던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국내 대기업들도 단기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장기 과제에 대해선 공동 연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