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극소수가 우주여행을 즐기는 사이 수백t의 탄소가 배출되기도 하고, 우주자원을 특정 국가가 소유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접하면 인류가 옳은 방향으로 진보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2027년에는 지구 중력 6분의 1의 인공중력으로 작동하는 우주정거장에 인류 최초 우주호텔 보이저 스테이션(Voyager Station)을 설치한다거나, 2024년 영화 촬영 스튜디오 모듈(SEE-1)을 국제우주정거장에 설치하겠다는 계획, 다른 행성에서 살기 위한 방법이 관련 전문 학회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특정 행성에 여행 가거나 거주하겠다는 인류의 꿈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게 실감된다.
인류가 우주의 다른 행성을 탐험하거나 그곳에 거주하려면 몇 가지 문제점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인류가 새로운 행성을 문명화하기 위한 연구는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던 1980년대부터 우주토목공학(SCE·Space Civil Engineering)이라고 정의되어 진행돼왔다. SCE는 인류가 우주에 문명을 펼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다. 토목공학이 지향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SCE와 토목공학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자전주기, 공전주기, 태양과의 거리를 쉽게 떠올릴 수 있지만, 방법에서의 근본적 차이는 거주하고자 하는 달이나 화성의 중력이 지구보다 작은 데서 발생한다. 달과 화성의 중력은 지구 중력에 비해 각각 6분의 1과 3분의 1 수준이다. 그에 비례해 대기를 붙잡아둘 수 있는 힘도 지구에 비해 약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기가 희박해질수록 호흡이 어려워지기도 하지만 지구에서 대기권 진입과 동시에 대부분 사라져버리는 미소 유성체(micrometeoroids)가 달 환경에서 초속 20㎞ 정도의 속도로 낙하할 수 있고, 몸에 해로운 심우주 방사선이 우주인이나 구조물에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대기가 부족하면 우주선이 이착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로부터 주변 시설물들을 보호하는 방호시설도 필요하다. 특히 달은 표면 토양의 50%가 70㎛(1㎛=100만분의 1m)보다 가느다란 입자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정전기로 인해 먼지가 옷이나 장비에 더 잘 달라붙는 문제가 있다. 지구에서는 마찰에 의한 마모나 열화의 문제를 부품 사이의 적정한 간격과 윤활유로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먼지가 많고 차폐가 중요한 우주에서는 어려운 문제다.
우주인의 활동 관점에서 중력은 인간의 운동을 기준으로 설계하는 거주 구조물에도 영향을 준다. 중력이 낮으면 걷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지상과의 마찰력이 감소해 신체를 더 기울이면서 움직여야 원하는 속력을 얻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보행 특성의 변화를 고려해 계단의 각도나 높이, 통로의 높이 등 공간 설계가 달라져야 한다.
실내 활동을 위한 구조물을 달이나 화성에서 만들려면 자재나 장비를 지구에서 일부 조달할 수밖에 없다. 1㎏을 운송하는 데 2000만원 넘는 비용이 소요된다고 하니, 구조물은 신중하게 설계할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거주가 목적이라면 사전에 조립된 구조물을 운반해서 설치하는 형태를 넘어서 필요한 최소 자원을 지구에서 가져가 기반시설을 구축하되, 장기적으로는 현지 자원을 활용해서 생산하고 건설하는 현지자원활용(ISRU·In-Situ Resource Utilization·그림)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리는 고진공 환경에서 제작하면 표면 결함이 적어 일반 환경에 비해 100배 높은 강도를 얻을 수 있다고 하니, 현지에서 생산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그러나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거주하려면 생명유지와 활동을 위한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인구수 증감에 대한 예측, 인류 사회활동과 상호작용의 영향 등 다양하고 복잡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구에서는 고민하지 않았던 ‘소소한 문제’들이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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