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은 [월료일], 목요일은 [몽뇨일], 금요일은 [금뇨일], 일요일은 [일료일]. 요일을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간혹 볼 때가 있다. 화·수·토요일은 발음을 두고 시비 걸 일이 없지만, 월·목·금·일요일은 지역이나 세대에 따라 달리 부르기도 한다.
영남 방언으로도 알려진 이런 발음은 우리 표준발음법 29항, 즉 ‘ㄴ’음 첨가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사이에서도 이런 발음을 들을 수 있다. 이는 ‘ㄴ’음 첨가가 예전엔 지금보다 더 철저히 지켜졌음을 나타내는 증거다.
‘집안일’을 통해 이 규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보자. ‘집안+일’로 구성된 합성어다. ‘집안’ 역시 ‘집’과 ‘안’이 결합한 합성어다. 발음을 해보면 누구나 [지반닐]로 말한다. 똑같이 합성어고 받침이 있는 구조인데, ‘집안’에선 연음을 했고 이게 다시 ‘일’과 어울릴 때 ‘ㄴ’이 첨가됐다. ‘집안+일’의 결합에 비해 ‘집안’에선 ③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차이가 있다.
6·25는 어떻게 [유기오]가 됐을까? 29항의 규정에 충실한 발음이 [융니오]다. [육+이오→육니오(‘ㄴ’ 첨가)→융니오(비음화)] 과정을 거쳤다. 비음화 현상은 받침 ‘ㄱ, ㄷ, ㅂ’이 비음(콧소리)인 ‘ㄴ, ㅁ’ 앞에서 조음방식이 동화돼 같은 비음인 ‘ㅇ, ㄴ, ㅁ’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표준발음법 제18항에 담겼다. ‘먹는[멍는], 옷맵시[온맵씨], 꽃망을[꼰망울], 밥물[밤물], 앞마당[암마당]’ 같은 데서 비음화 현상을 볼 수 있다.
‘ㄴ’음 첨가가 항상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말은 ‘ㄴ’을 첨가해 발음하지만, 어떤 말은 ‘ㄴ’ 첨가 없이 표기대로 발음하기도 한다. 요즘은 ‘ㄴ’ 첨가가 일어나지 않은 게 많아지는 추세다. 29항의 ‘다만’ 규정은 이런 현실음을 반영했다. ‘6·25’나 ‘송별+연’ 같은 말은 ‘ㄴ’음이 첨가되는 환경이지만, 현실발음은 받침이 흘러내린 [유기오] [송벼련]으로 이미 굳어진 것이다. 그래서 아예 ‘ㄴ’이 첨가되지 않은 발음을 표준으로 삼았다. [융니오] [송별련]처럼 ‘ㄴ’음을 첨가한 것은 틀린 발음이다.
29항 단서조항에 명시되진 않았으나 월·목·금·일요일도 같은 이유로 받침이 흘러내린 [워료일, 모교일, 그묘일, 이료일]이 표준발음이다. 이들의 규범 발음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각 표제어의 발음 정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ㄴ’음 첨가 현상이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규칙으로선 취약점이다. 29항의 또 다른 ‘다만’ 규정에 있는 복수표준발음도 마찬가지다. 여기서는 ‘이죽이죽[이중니죽/이주기죽]’과 같이 ’ㄴ’이 첨가된 것과 첨가되지 않은 것을 모두 표준발음으로 삼았다. 2음절 한자어 ‘검열, 금융’도 표준발음법 제정 당시 처음엔 [검녈] [금늉]만 표준으로 하려다가 나중에 받침을 흘린 [거멸] [그뮹]도 함께 표준발음으로 인정했다. 현실발음을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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