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몽뇨일]을 알면 우리말이 보여요

입력 2022-04-25 10:01  


월요일은 [월료일], 목요일은 [몽뇨일], 금요일은 [금뇨일], 일요일은 [일료일]. 요일을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간혹 볼 때가 있다. 화·수·토요일은 발음을 두고 시비 걸 일이 없지만, 월·목·금·일요일은 지역이나 세대에 따라 달리 부르기도 한다.

영남 방언으로도 알려진 이런 발음은 우리 표준발음법 29항, 즉 ‘ㄴ’음 첨가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사이에서도 이런 발음을 들을 수 있다. 이는 ‘ㄴ’음 첨가가 예전엔 지금보다 더 철저히 지켜졌음을 나타내는 증거다.
‘목’과 ‘요일’ 결합하면서 ‘ㄴ’음 덧나
공통점은 합성어의 앞말에 받침이 있다는 것이다. 그게 ‘요일’과 만나면서 발음에 변화를 일으켰다. 우리말 발음에선 어떤 특별한 음운환경 아래에서 ‘ㄴ’음이 첨가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표준발음법 제29항은 그 조건을 규정으로 담은 것이다. 그것은 ①합성어 및 파생어에서 ②앞말에 받침이 있고 ③뒷말 첫음절이 ‘이, 야, 여, 요, 유’로 시작할 때다. ‘ㄴ’음 첨가 현상은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충족할 때 발생한다.

‘집안일’을 통해 이 규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보자. ‘집안+일’로 구성된 합성어다. ‘집안’ 역시 ‘집’과 ‘안’이 결합한 합성어다. 발음을 해보면 누구나 [지반닐]로 말한다. 똑같이 합성어고 받침이 있는 구조인데, ‘집안’에선 연음을 했고 이게 다시 ‘일’과 어울릴 때 ‘ㄴ’이 첨가됐다. ‘집안+일’의 결합에 비해 ‘집안’에선 ③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차이가 있다.

6·25는 어떻게 [유기오]가 됐을까? 29항의 규정에 충실한 발음이 [융니오]다. [육+이오→육니오(‘ㄴ’ 첨가)→융니오(비음화)] 과정을 거쳤다. 비음화 현상은 받침 ‘ㄱ, ㄷ, ㅂ’이 비음(콧소리)인 ‘ㄴ, ㅁ’ 앞에서 조음방식이 동화돼 같은 비음인 ‘ㅇ, ㄴ, ㅁ’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표준발음법 제18항에 담겼다. ‘먹는[멍는], 옷맵시[온맵씨], 꽃망을[꼰망울], 밥물[밤물], 앞마당[암마당]’ 같은 데서 비음화 현상을 볼 수 있다.
‘송별연[송벼련]’ 등 연음하는 경향 강해져
이제 [월료일]이나 [몽뇨일]이 왜 우리말에서 아주 생뚱맞은 발음은 아닌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월+요일→월뇨일(‘ㄴ’ 첨가)→월료일(유음화)]의 과정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유음화란 ‘ㄹ’의 앞이나 뒤에서 ‘ㄴ’이 [ㄹ]로 발음되는 것을 말한다. 난로[날로], 신라[실라], 대관령[대괄령], 한라산[할라산], 칼날[칼랄], 물난리[물랄리] 같은 게 그 예다. 표준발음법 제20항 규정으로, 자음동화의 하나다. [몽뇨일]은 6·25처럼 ‘ㄴ’ 첨가와 비음화 과정을 거친 발음이다.

‘ㄴ’음 첨가가 항상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말은 ‘ㄴ’을 첨가해 발음하지만, 어떤 말은 ‘ㄴ’ 첨가 없이 표기대로 발음하기도 한다. 요즘은 ‘ㄴ’ 첨가가 일어나지 않은 게 많아지는 추세다. 29항의 ‘다만’ 규정은 이런 현실음을 반영했다. ‘6·25’나 ‘송별+연’ 같은 말은 ‘ㄴ’음이 첨가되는 환경이지만, 현실발음은 받침이 흘러내린 [유기오] [송벼련]으로 이미 굳어진 것이다. 그래서 아예 ‘ㄴ’이 첨가되지 않은 발음을 표준으로 삼았다. [융니오] [송별련]처럼 ‘ㄴ’음을 첨가한 것은 틀린 발음이다.

29항 단서조항에 명시되진 않았으나 월·목·금·일요일도 같은 이유로 받침이 흘러내린 [워료일, 모교일, 그묘일, 이료일]이 표준발음이다. 이들의 규범 발음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각 표제어의 발음 정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ㄴ’음 첨가 현상이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규칙으로선 취약점이다. 29항의 또 다른 ‘다만’ 규정에 있는 복수표준발음도 마찬가지다. 여기서는 ‘이죽이죽[이중니죽/이주기죽]’과 같이 ’ㄴ’이 첨가된 것과 첨가되지 않은 것을 모두 표준발음으로 삼았다. 2음절 한자어 ‘검열, 금융’도 표준발음법 제정 당시 처음엔 [검녈] [금늉]만 표준으로 하려다가 나중에 받침을 흘린 [거멸] [그뮹]도 함께 표준발음으로 인정했다. 현실발음을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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