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올 6월 중순께 단행될 조직개편에서 '디지털ETF마케팅본부'(가칭)를 새로 만든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설립 이래 ETF와 관련한 독립적인 본부가 신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TF영업부·ETF마케팅부·디지털마케팅부 등 3개 부서가 본부 하위조직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초기 인원은 7~8명 수준으로 꾸려진다.
운용사 한 관계자는 "배재규 대표가 영업 역량을 강화해 자사 ETF의 시장 장악력을 키우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며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 ETF 운용과 마케팅 부문을 구분해 다뤄온 데 반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ETF 조직 확대에 소홀한 측면이 있었는데 이번 개편에서 애로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부장(상무보)은 홍콩계 ETF 운용사인 프리미어파트너스의 김찬영 이사가 맡기로 했다. 김 이사는 2020년 9월 프리미어파트너스 이사에 임명되기 직전까지 삼성자산운용에서 ETF 컨설팅팀을 이끌었다. 배 대표와는 삼성자산운용에서 근무할 당시 인연을 맺었다. 일찍이 본부장 자리에 낙점된 김 이사는 구성원 영입을 위해 국내 유수 운용사 핵심 인력들과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설될 디지털ETF마케팅본부는 한국투자신탁운용 ETF 브랜드의 마케팅과 브랜딩, 판촉(프로모션) 등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개인과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ETF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유튜브 등 다양한 비대면(온라인) 채널을 활용해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일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그간 ETF 사업 보다는 '액티브 공모펀드'를 중심이었다. 조직도만 봐도 드러난다. 현재 한국투자신탁운용 내 ETF 유관 부서는 멀티(Multi)전략본부 산하의 'ETF전략부'뿐이다. 부문이나 본부 등 큰 단위로 ETF 마케팅(컨설팅)과 운용 관련 부서를 각각 꾸린 다른 대형 운용사들과는 달리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팀 격인 부서 1개만 두고 있었다.
이번 디지털ETF마케팅본부 신설로써 ETF 사업이 본격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더 큰 단위의 조직을 꾸리거나 기존 부서를 격상하는 것은 회사가 해당 사업부문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의 ETF전략부는 'ETF운용부'로 이름을 바꾸고 그대로 멀티전략본부 산하에 남는다. 배 대표가 ETF 사업에서 운용보다는 마케팅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앞서 올 초 배 대표는 취임사에서 "제조에서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삼성전자보다 상품개발과 마케팅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애플이 시장에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 받고 있지 않느냐"며 "자산운용 업계에서도 핵심 역량이 운용에서 상품개발과 마케팅으로 바뀌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상품 관련 본부도 신설될 것으로 보인다. 정확히는 경영기획총괄 하위 조직으로 구분됐던 '상품업무부'를 별도 본부 단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향후 회사에서 출시하는 상품의 방향성과 영역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본부장 영입을 비롯해 인력 충원에 시간이 걸릴 것인 만큼 올 6월 개편에 상품 본부의 신설 소식이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국내 ETF 시장에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점유율은 5% 수준이다. 지난 21일 기준 전체 ETF 시장의 순자산총액(74조7614조원) 가운데 한국투자신탁운용 ETF 종목들의 순자산총액은 3조6331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 3사 다음으로 높은 점유율이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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