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서 디저트 전문점을 운영하는 박모 씨(42)는 이달 들어 가게를 접어야 하나 고심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배달비 폭등 논란 등이 겹쳐 배달 손님은 줄고 있는데 수수료 부담은 커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최대 큰 배달앱인 배달의민족(배민)이 새 광고 상품을 내놓으면서 앱 이용 비용이 더 뛸 것이라 걱정하고 있다.
박 씨는 “이대로라면 이번 달에 채 100만원도 못 남길 것 같다. 시간당 노동량을 따지면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이라고 푸념했다. 이어 "가뜩이나 월세, 식재료값도 올라 숨 막히는데 배달에 들어가는 돈까지 늘어나 부담된다. 가족들과 폐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자영업자들이 모인 카페에는 배민을 성토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배민 서비스를 해지하겠다고 ‘선언’하는 이도 보인다. 24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배민 수수료 비용에 대한 게시글과 배달앱 탈퇴에 관한 의견을 묻는 글 등이 상당수 올라왔다.
이처럼 업주들 반발이 거센 것은 배민이 오는 28일부터 광고상품 ‘우리가게클릭’을 출시하겠다고 예고해서다. 우리가게클릭은 앱 화면에서 가게를 소비자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해주거나 검색했을 때 상단에 나오도록 해주는 광고 프로그램. 소비자가 실제 음식을 주문하는지와 상관없이 클릭 수(가게 조회 수)에 따라 광고비를 낸다. 자영업자가 광고비 5만~300만원을 먼저 낸 뒤 소비자가 클릭할 때마다 클릭당 200~600원을 차감하는 방식이다.
현재 배민이 운영하고 있는 유사한 방식의 광고상품 ‘오픈리스트’의 경우 매출이 발생할 때에 한해 매출액의 7% 정도를 광고비로 받아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업주들은 새 광고상품 도입으로 수수료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배민 측은 우리가게클릭이 선택적 상품일 뿐이며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이미 다른 플랫폼 기업에서도 활용하는 광고 방식이란 입장이다. 다만 배달앱 업체에서 이같은 광고 방식을 적용하는 건 배민이 처음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달 플랫폼은 접속시 대부분 주문으로 이어진다는 특성상 이용자들에게 상호명을 더 노출하고 싶어하는 점주들 수요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민에서는 고객이 앱에 접속한 후 주문으로 전환하는 비율이 80%에 달한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은 앱에서 가게가 조회만 되고 실제 주문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광고비가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는다는 보장도 없이 배민 앱 안에서 자영업자 간 출혈 경쟁을 부추기는 상품”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새 광고상품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한 동네에도 수십곳씩 경쟁하는 상황이라 배달 앱에서 소비자에게 얼마나 많이 노출되느냐가 매출과 직결된다는 것. 서울 잠실에서 샐러드 카페를 운영하는 정모 씨(32)는 “주변 가게들이 가입하는데 나만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아니냐”며 “배달 앱을 켜면 나오는 가게들이 얼마나 많나. 상단에 노출이 안 되면 선택 받을 기회 조차 못 얻을 것”이라고 했다.
거리두기 완화로 외식 수요가 늘고 배달 수요는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시점이라 불만은 더욱 크다. 배달업계 매출 감소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에게 수수료를 더 받아간다는 비판이다.
경기 일산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윤모 사장(56)은 “배달 앱을 이용하면서 매출은 늘었을지 모르나 배달 수수료, 배달 앱 상단 노출을 위한 광고비 등등 각종 수수료 때문에 정작 손에 들어오는 돈은 줄어드는 추세”라며 “물가 상승이 겹쳐 최근 마진율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매출 2000만원이라도 200만원도 못 버는 셈”이라고 한탄했다.
클릭만 하고 주문은 하지 않아도 과금되는 점을 노려 경쟁 업체가 악의적으로 특정 가게를 클릭해 광고비만 쓰게 만들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흘러나왔다.
다만 이에 대해 배민 측은 중복클릭은 과금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동일한 가게라면 회원, 비회원 무관하게 이용자당 1회의 클릭만 과금한다”며 “30분 이상 앱에서 활동이 없을 경우에만 추가 과금된다”고 말했다. 이상행동을 나타내는 케이스에 대해서도 과금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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