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의 전성기는 서기 96년부터 시작된 100여 년간의 ‘오현제 시대’로 알려져 있다. 네르바부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까지 5명의 황제가 연이어 재위하는 동안 로마 제국의 경제는 번영하고 영토는 최대로 확장됐다. 오현제의 마지막 황제였던 마르쿠스는 위대한 황제이자 ‘명상록’이란 책을 쓴 철학자였다. 암운이 드리우기 시작한 제국을 통치하면서 역경을 맞이할 때마다 스토아주의 철학을 통해 정신 훈련하며 이겨냈다. 고대 아테네의 제논이 창시한 스토아주의의 핵심은 ‘우리를 망치는 건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스토아주의는 사건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가치 판단을 유예하며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를 권한다. 사건과 ‘거리 두기’를 통해 불안한 감정을 없애고 불만족스러운 욕망을 분석해 이겨내라는 것이다.
《로마 황제처럼 생각하는 법》의 저자인 도널드 로버트슨은 마르쿠스의 유년기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삶의 궤적을 살피며 인생의 목적의식을 찾는 법, 역경에 맞서는 법 등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전한다.
스토아주의는 마르쿠스에게 분노를 다스리는 법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줬다. 젊었을 때 마르쿠스는 불같이 화를 내는 경우가 빈번했고 성질을 부리지 않으려고 참느라 애를 먹었다. 스토아주의는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내 잘못이 무엇인지 얼마든지 지적해도 좋다는 허가증을 내주고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화를 내지 않으리라 결심해야 한다고 전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