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물류대란과 함께 탄소중립 청구서가 본격 날아들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KG스틸(옛 동부제철) 등 국내 철강 ‘빅5’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일제히 꼽은 변수다. 작년부터 이어진 ‘철강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아직은 좋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탄소중립 압박과 물류대란, 원자재 가격 급등까지 ‘지뢰밭’이 곳곳에 산적해 있다는 게 이들 CEO의 공통적인 우려다.
철강사는 석유화학·시멘트와 함께 국내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업종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작년 기준 포스코는 국내 민간 기업 중 가장 많은 7567만t의 탄소를 배출했다. 2위가 현대제철(2862만t)이었다. 지난달 26일부터 시행된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각 기업에 확정된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철강사에 대한 탄소중립 요구는 선언적인 수준에 그쳤지만, 탄소중립기본법 시행을 계기로 실질적인 탄소감축 이행을 압박받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탄소중립과 물류대란 등 각종 리스크로 올 하반기 실적은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 사장은 “탄소중립과 물류대란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변수가 있다”며 “올 하반기 (실적이) 상당히 걱정된다”고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와 글로벌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외부 요인이 맞물려 공급망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철강 수요 증가율은 미·중 갈등과 환경 규제 등의 영향으로 작년 2.7%에서 올해는 0.4%로 하락할 전망이다. 주원료인 철광석 가격은 급등하고 있지만 제품가 상승폭은 사실상 제한돼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t당 125.18달러였던 철광석 가격은 지난 18일 기준 152.06달러로 21%가량 치솟았다. 미국 정부가 자국 철강업계 보호를 위해 한국 등 외국산 철강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물량을 제한한 무역확장법 제232조도 변수다.
철강사 CEO들은 기존의 경영 방식으로는 다가올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안 사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탄소중립과 무역장벽으로 촉발된 공급망 체계의 변화는 기존 사업 지형을 바꿔 가고 있다”며 “급변하는 환경에서 어제의 방식이 오늘에 적용될 수 없으며, 오늘 해법이 내일에도 유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관성에서 벗어나 생존을 모색하는 동시에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안 사장의 주문이다.
박 사장도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 환경에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최근 임직원에게 원자재 시장이 심상치 않으니 상황에 따라 민첩하게 대처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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