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로 세상을 이해하는 색다른 관점을 소개한 수전 케인이 이번에는 《비터스위트(Bittersweet)》라는 책으로 돌아왔다. 지난 4월 5일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단숨에 베스트셀러 상위권 목록으로 치고 올라가며 다시 한번 저자의 영향력을 증명하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은 “《콰이어트》
를 통해 세상이 내성적인 사람을 보는 방식을 바꾸도록 한 수전 케인이 이번에는 《비터스위트》로 슬픔과 고통과 그리움을 이해하는 방식을 바꿔놓았다”며 “인생의 쓴맛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위로를 선사할 책”이라고 평가했다.
책의 제목으로 사용된 ‘비터스위트’는 우리말로 ‘달콤쌉싸름한’, ‘시원섭섭한’ 또는 ‘고통이 섞인 쾌감’ 등으로 해석된다. 저자는 비터스위트가 우리의 인생을 표현하는 가장 적확한 단어라고 설명한다. 인생에는 기쁜 일보다 슬픈 일이,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달콤한 경험보다 쓰디쓴 경험이 더 많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든 고통을 줄이거나 없애려고만 하고 있고, 잘못된 기대의 늪에서 헤매고 있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해로운 긍정주의(toxic positivity)’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인생을 바라보는 새로운 통찰력을 제안한다.
사람들은 왜 슬픈 노래를 즐겨 듣고, 슬픈 노래를 듣고 나면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걸까.
“나는 평생 슬픈 음악에 강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레너드 코언이나 아델과 같은 가수가 부르는 노래는 깊은 영감을 선사합니다. 그들의 음악은 나를 슬프게 하지 않고 용기를 줍니다.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자신들의 음악 재생 목록에서 기쁜 노래는 약 175번 듣지만, 슬픈 노래는 800번 정도 듣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행복한 노래는 듣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지만, 슬픈 노래는 연결된 느낌과 충만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수전 케인은 슬픔을 거부하지 말 것을, 슬픔을 통해 우리는 서로 더욱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책은 씁쓸한 마음의 상태가 개인과 집단의 고통을 초월할 수 있도록 돕는 고요한 힘이라고 설명한다. 자기 자신의 고통을 인정하지 않으면, 타인의 고통을 무시하거나 타인에게 고통을 가할 수도 있다. 모든 인간이 고통과 상실을 겪고 있거나 겪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다. 이 책은 고통과 상실로 점철된 팬데믹 시대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다시 우리 서로를 단단하게 결속시킬 수 있는 놀라운 힘을 선물한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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