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후임병을 샌드백으로"… 해병대 집단폭행 또 터졌다

입력 2022-04-24 11:20   수정 2022-06-21 16:48


최전방 연평부대에서 근무하는 해병대 선임병들이 생활관 막내라는 이유로 후임 병사를 폭행하고 성추행까지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해병대 병사들이 8개월간 후임을 집단 성추행과 폭행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이후 1년 만이다.

22일 해군과 해병대 등에 따르면, 군 검찰은 최근 폭행 및 강제추행 혐의로 해병대 A상병 등 현역 병사 3명을 군 경찰로부터 송치받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조사 대상인 A상병은 사건 송치 이후에도 개인 SNS에 가해 사실을 버젓이 공개하는 등 '문제 의식'을 나타내지 않고 있어 해병대 군기강 및 인권의식 수준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본지 취재 결과 피해자 B일병은 부대에 전입 온 뒤부터 지금까지 수차례 폭언과 폭행, 성추행에 시달렸다. B일병은 “해병대로 입대한 만큼 자부심이 컸기 때문에 욕설과 폭행 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잘 적응하려 애썼지만 점점 수위가 올라갔다”며 “부대원들이 모여있는 장소에서 강제로 바지를 내리게 하는 등 인간으로서 너무 수치스럽고 참을 수 없는 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B일병이 일부 간부에게 도움을 구하려 했지만 이마저 묵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가해자 부모는 "착잡한 심정"이라며 "성인이 된 상황에서 잘못한 부분에 대해 벌을 받을 만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가해 병사 3명은 현재 타부대로 전출됐다. 사건은 지난달 30일 해군 경찰에서 조사를 시작해 약 한 달가량 수사를 마친 뒤에야 해군 검찰에 송치됐다. 해당 사건을 전담하고 있는 해군 검찰 관계자는 “군 경찰에서 송치했다는 내용을 보고 받았으나 아직까지 서류를 전달받지 못했다”며 “관련 사건 내용이 도착하는 즉시 추가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부대에서 복무하고 있는 모 부대원에 따르면 가해를 주도한 A상병은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대 내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개인 SNS 활동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A상병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2022년 00월 00일 병장 첫 휴가”라며 “후임병을 샌드백으로 사용하는 복서가 될 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군부대 내에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과 영상을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다.



피해자 B일병은 현재 정신병원에서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아직까지도 부대에서 겪은 트라우마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B일병은 A상병이 곧 휴가를 나온다는 소식에 “혐의를 인정하고 검찰에 송치됐음에도 휴가를 허용했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며 “A상병이 부모님이나 나를 찾아와 보복할까봐 너무 겁나고 무섭다”고 말했다. 해당 부대 지휘관은 “청원휴가와 같은 경우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형사사건에 입건돼 조사 받고 있는 병사는 휴가 제한을 하고 있다”며 “A상병이 휴가를 간다는 사실은 전혀 보고 받지 못했다.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해병대 측은 "가해자 A상병이 휴가를 계획하고 있었으나 본지 취재가 시작된 직후 군검찰 조사를 위해 휴가 조정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군인강제추행은 일반적인 형법 조항이 아니라 군형법이 적용된다. 군형법 제92조의3에 따르면 군인강제추행을 저지른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군판사 출신 법무법인YK 김현수 변호사는 "군인강제추행은 혐의가 인정되면 형사처벌과 더불어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 처분이 가해질 수 있다"며 "군인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더욱 강해지고 있는 오늘 날 이러한 혐의를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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