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100일. 대통령, 최고경영자(CEO) 등 리더에게 이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첫 100일은 중요할 겁니다. 그러나 아마 실제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은 첫 1000일일 테죠"라고 했던 버락 오바마의 말처럼 실제 변화가 이뤄지는 것은 100일이 아니라 1000일일 수 있다.
그러나 첫 100일은 변화의 동력을 결정하고, 리더십의 성패를 좌우한다. 첫 100일은 리더십이 가장 신선하고 새로워 보이는 시기다. 승리의 기운이 이어지고 영향력이 가장 높은 때에 해당하기도 한다. 국가적 위기일수록 그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첫 100일 동안 대공황으로 절망과 좌절에 빠진 나라를 희망과 용기로 바꿔놓았다. 위기가 닥쳤을 때 국민들이 정부에 의지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낸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미국 대통령인 조 바이든의 첫 100일은 어땠을까. <바이든의 첫 100일: 인수위와 첫 100일의 기록, 10가지 레슨>은 유례없는 팬데믹과 경제위기,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 불복 등 다층적 위기 속에서 취임한 바이든의 100일의 여정을 담았다.
책은 전략컨설팅회사 ‘플랫폼 9¾’과 인재연결회사 ‘안목’이 공동연구·기획하는 ‘일의 전략, 삶의 전략’을 위한 ‘전략’ 시리즈 1호다. 플랫폼9¾의 유민영 대표, 이인숙 이사·콘텐츠디렉터, 김민하 연구원이 집필했다. 청와대 춘추관장과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유 대표는 두 회사를 함께 경영하고 있다.
바이든은 역대 대통령 중 첫 100일을 가장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선 10개월 전부터 인수위를 준비했으며, 오랜 정치·행정 경험, 검증된 인재 풀, 폭넓은 인맥 등을 총동원했다. 덕분에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차분히 할 일에 집중할 수도 있었다.
인수위 활동의 핵심인 인사에도 총력을 다했다. 곧장 투입될 수 있는 베테랑을 쓰고, 다양성을 내세워 가장 '미국과 닮은 내각'을 구현하려 했다. 정책을 설계할 때도 우선순위를 정하고 비전을 제시했다. 세부 정책을 설계할 팀 빌딩에도 공을 들였다. 팀원들의 면면도 투명하고 상세하게 공개해, 예측 가능성과 기대감을 높였다. 저자들은 이밖에도 '취임식과 집무실까지 상징적 장면으로 연결하라', '통제불가, 예측불가의 시간일수록 기대치를 조절하라' '커뮤니테이션은 대통령의 책무다' 등 바이든의 첫 100일로부터 배울 수 있는 10가지 교훈을 제시한다.
이 전략서는 대통령의 첫 100일을 다뤘지만 여기에 담긴 인사이트는 다양한 사람에게 유용하다. 정부와 정치인뿐 아니라 기업, 민간비영리단체(NPO), 그리고 성장을 바라는 개인들도 책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기업의 사령탑을 맡은 신임 CEO, 첫 승진 후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신임 임원, 이직해 새 회사에서 도전을 시작하는 직장인 등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내려는 사람에게 첫 100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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