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를 '0'으로 만들겠다는 '제로 코로나(淸零·칭링)'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하는데도 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로 코로나는 중국의 경제 성장을 발목 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내 코로나 얼마나 심각?
중국 내에서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는 유증상 확진자는 지난달 14일 3602명을 기록한 뒤 소폭 감소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무증상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는 점이다.중국 정부는 무증상 감염자는 확진자로 분류하지 않고 별도로 집계한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초 하루 52명에 그쳤던 무증상 감염자는 이달 하루 1만7000명이 넘을 정도로 폭증했다. 이 기간 유증상 감염자는 하루 191명에서 2700여명으로 상대적으로 증가세가 완만했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하이, 광둥성, 지린성 등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다수 나타났다. 지난달 지역별 신규확진자 비중은 지린성(40.2%), 상하이(33.3%), 산둥성(4.7%), 광둥성(4.0%) 순이었다.
◆중국 정부의 대응은?
중국 정부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이들 지역을 중·고위험 지역으로 분류하고 봉쇄 조치했다. 이에 따라 주민 전원 핵산 검사, 재택근무, 일부 사업장 휴업, 대중교통 운행 중단, 외출 제한 등이 실시됐다.각 지역의 봉쇄 영향으로 테슬라의 중국 상하이 공장, 폭스콘의 선전 공장 등이 조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생산 규모를 줄였다.
상하이 항구 봉쇄로 물동량 역시 감소했다. 주중 EU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상하이항만에서 주변 육상교통 통제로 물동량이 봉쇄 이전 대비 약 4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소매 판매 역시 방역조차 강화 등의 영향으로 감소했다. 중국의 전국 소비 판매는 1~2월에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7%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3.5%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 7월(-1.1%)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다. 특히 외식(-16.4%)을 중심으로 감소 폭이 컸다.
한국은행은 24일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의 경제적 영향 및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지난 3~5일 청명절 연휴 중 국내 이동량 감소 등을 고려할 경우, 4월에도 소매 판매 등 소비지표가 부진한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제 중국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연휴 기간 중국 내 관광객 수는 7541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2% 감소했다. 관광 수입은 187억8000만위안으로 30.9% 급감했다.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중국 정부는 올해 5%대 경제성장률 유지를 의미하는 '바오우(保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2.2%)을 제외하면 1990년 이후 30여년 간 5%를 웃돌았다. 하지만 세계 투자은행들은 중국이 올해 4%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JP모건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4.6%로 예측했다. 모건스탠리는 4.6%, 바클레이즈는 4.3%로 각각 내다봤다. UBS는 중국 내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4%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될 제20차 중국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코로나 관리 등 사회 안정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중국의 새로운 지도부가 업무를 시작하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예정된 내년 3월에는 중국 최고 지도부가 전면 교체된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확산세 억제에 대한 압력이 지도부 내 매우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문제는 중국 내 중환자 병상이 위드 코로나 정책을 펼치고 있는 다른 선진국 대비 부족한 점이다. 중국 내 인구 10만명 당 중환자 병상은 4.4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2.0개)에 매우 못 미친다. 한국은 10.6개다. 지역별 편차도 크다. 상하이는 6.1개지만, 지린성은 2.8개에 그친다. 단기적으로 위중증 환자가 급격하게 늘어날 경우 대처가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이 오미크론 예방 효과가 낮은데도 자체적으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인 시노백을 고수하면서 확산세를 단시간에 잡기 어렵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중국은 현재까지 화이자 등 해외에서 생산하는 mRNA 백신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시노백 백신은 3차까지 접종하더라도 오미크론 예방효과가 최대 36%에 그친다고 한다. 화이자 백신의 3차 예방률은 89%로, 차이가 크다.
결국 중국 정부가 해외 생산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하는지 여부도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국에는 어떤 영향?
달러 대비 위안화 약세는 이러한 중국 경제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중국 당국이 적극적인 경기 부양 의지를 내비치면서 위안화 가치는 한 달 새 약 2% 하락(환율 상승)했다. 지난 22일 중국 런민은행에 따르면 달러당 위안화는 6.4596위안으로 작년 10월 이후 가장 높았다. 그만큼 위안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 원화도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중국 경제와 한국 경제가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통상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간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자재 가격 폭등, 엔저 등의 영향으로 수출기업은 삼중고에 처해 있다. 더구나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로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그간 중국의 고성장에 의존한 국내 경제의 성장이 앞으로는 쉽지 않은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출시장 다변화 및 산업경쟁력 제고 등의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