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축량 사고 팔고"…나스닥도 반한 탄소 크레딧

입력 2022-04-24 18:04   수정 2022-04-25 00:52

‘탈(脫)탄소’가 기업들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자발적 탄소 감축량을 사고파는 시장이 커지고 있다. 2030년까지 관련 시장 규모가 다섯 배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나스닥 증권거래소는 지난달부터 탄소 크레딧 가격을 추적하는 ‘탄소 제거 가격 지수’ 3종을 발표하고 있다. 나스닥이 지난해 인수한 탄소 크레딧 거래 플랫폼 ‘퓨로어스’ 시장 가격을 기반으로 한다.

탄소 크레딧은 탄소배출권의 사촌이다. 탄소를 줄이기 위해 경제적 유인을 제공한다는 발상은 동일하다. 차이는 시장 주체와 거래 대상이다. 탄소배출권은 정부의 규제가 만든 시장이다. 기업 등이 정부가 부여한 할당량 이상 탄소를 배출하려면 탄소배출권을 사들여야 한다. 반대로 할당량이 남으면 이를 정부가 관리하는 거래소에 내다 팔 수 있다.

반면 탄소 크레딧은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탄소 감축량을 사고파는 개념이다. 기업이 산림 투자 등을 통해 탄소를 얼마나 줄였는지 인증해 주고 그 감축량 자체를 거래한다. 탄소 크레딧이 좀 더 적극적인 시장인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바이오차(BioChar)를 이용해 탄소를 감축하고 이를 크레딧으로 인정받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바이오차는 유기물과 숯의 중간 성질을 갖는 물질로 토양 속 탄소를 분리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탄소 크레딧 시장이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탄소배출권 시장에선 인정받기 힘든 탄소 저감 기술과 활동 등을 손쉽게 거래할 수 있어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탄소 크레딧 시장이 2021년 10억달러 규모에서 2030년 5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효정 KB증권 연구원은 “해외에는 퓨로어스, 베라, 골드스탠더드 등의 민간 기업은 물론 글로벌 금융사도 자발적 탄소 거래 플랫폼을 개발했거나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개설된 탄소 크레딧 플랫폼은 지난 22일 출범한 ‘팝플’(사진)이 유일하다. 황유식 전 NH투자증권 환경 애널리스트와 유권일 전 IBK자산운용 매니저가 창업한 스타트업 ‘그리너리’와 탄소 솔루션 기업 베리워즈가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팝플 사무국의 기후변화 컨설팅 전문가가 온실가스 감축량을 산정하고, 제3자의 검증을 거쳐 국제적으로 통용할 수 있는 탄소 감축 크레딧을 발급한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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