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의 딸은 이 후보자가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로 재직하던 시절, 해당 로펌에서 인턴으로 일한 것이 확인됐다. 아들은 이 후보자가 2019년부터 사외이사로 있는 한국알콜그룹 계열사의 다른 계열사에 지난해 입사했다.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는 딸이 1억원 상당의 장학금 지원을 받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보자가 풀브라이트 동문회장을 맡던 시기에 딸이 해당 재단의 장학금 지원자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딸은 대기업 계열사에서 대리로 일하며 2017년부터 4년간 연봉 상승률이 두 배에 이르렀다. 해당 기업의 연평균 연봉 인상률은 5%에 그쳐 회사 측이 언론사 중역이던 박 후보자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처럼 초기 내각 인선과 관련해 자녀 문제가 전면으로 떠오른 적은 없었다.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조각 과정에서는 음주운전 및 불법 사외이사 겸직으로 지명 32일 만에 사퇴한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대부분 본인과 관련된 문제가 주였다. 당시 김상곤 교육부총리가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았다.
이번에 유독 자녀 문제가 많이 불거진 이유에 대해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국 사태를 거치며 자녀의 입학 및 채용과 관련된 국민의 기준이 엄격해졌다”며 “그럼에도 검증시스템은 자녀가 아니라 개인 검증에 머물러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라면 제기된 의혹 중 상당 부분은 큰 논란이 안 됐을 것”이라며 “갈수록 계층화가 심해지며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고위 공직자들의 자녀가 특혜를 누리는 데 대한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24일 더불어민주당이 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 재조정을 주장하면서 25일 청문회 개최 여부도 불확실하게 됐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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