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긴축 메시지에 깜짝 놀란 세계 금융시장은 지난 주말 ‘동반 발작’ 양상을 보였다. 미국에선 다우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2.8%와 2.6% 급락했고, 1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연 2.95%로 심리적 마지노선인 연 3%에 육박했다. 독일(-2.5%) 프랑스(-2.0%) 등 유럽, 일본(-1.6%) 한국(-0.86%)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외환시장도 요동쳤다. 12년 만에 미국 금리(10년물 국채)가 중국을 추월해 위안화 가치가 추락했다. 지난 주말 위안화의 하루 낙폭은 0.77%로 13개월 만의 최대였고, 홍콩 역외시장의 위안·달러 환율은 6.5위안을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도 연중 최고인 장중 1245원40전까지 치솟았다. 1200원대에 진입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1250원대가 위협받는 모습이다.
글로벌 공급망 훼손이 실물경제에 이어 금융시장까지 강타했는데도 정부 위기의식은 바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복합위기의 대응책은커녕 어떤 메시지도 내놓지 않고 있다. 원화 가치가 급락하는 판국에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해서라며 외환시장 개방 의지를 강조하는 엇박자 행보를 이어갔다. MSCI 측의 과도한 요구로 오래 중단된 협의를 재개하는 것을 성과인 양 포장하는 것부터 부적절하다.
경제팀의 한가한 행보와 달리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봇물이다. 통화정책이 본업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연일 성장위기, 부채 급증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경제팀 수장이 한은 총재로 바뀐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추락한 성장잠재력을 회복하려면 대기업이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대신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위기 대응의 컨트롤타워가 돼야 할 청와대의 행보가 가장 볼썽사납다. 임기 말을 앞두고 자화자찬에 올인 중인 청와대는 ‘경제폭망론’이 쏟아지자 어제도 국민소통수석이 나서서 ‘경제의 정치화’라며 변명에 주력했다. “말년은 없다”더니 자화자찬만 그렇고, 위기 대응은 5년 내내 말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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