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된 韓·美 금융그룹 1분기 실적…"충당금, 비이자사업 비중이 갈랐다"

입력 2022-04-25 15:34   수정 2022-04-25 15:36


미국 대형 금융그룹들의 당기순이익이 올 1분기 두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하는 동안 국내 4대 금융지주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와 전체 수익 중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에서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꼽힌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 신한 하나 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들은 지난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7% 늘어난 4조639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순이익 합계가 4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나금융(8%)을 제외하고 KB(14%), 신한(17%), 우리(33%) 모두 10% 넘게 순이익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 4대 금융그룹들의 순이익은 최대 절반 가까이 고꾸라졌다. 씨티그룹의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해 낙폭이 가장 컸으며 이어 JP모간체이스(-42%), 웰스파고(-21%), 뱅크오브아메리카(-12%) 등 순서였다.

금리 상승기엔 통상 은행들의 예대마진이 늘어나 수익성이 개선된다. 한국과 미국 모두 이 점은 같았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순이자이익(NII)은 13% 늘었으며 JP모간(8%)과 웰스파고(5%), 씨티(%)도 NII가 증가했다.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이자이익도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미 은행들은 올해 들어 비용으로 처리되는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를 늘리면서 손익 감소 효과를 봤다. 작년까지만 해도 미 대형은행들이 충당금 규모를 줄였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미 4대 금융그룹들은 2020년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크게 늘렸다가(604억달러 순증), 지난해엔 예상보다 실물경기가 괜찮고 부실이 생기지 않았다고 판단해 충당금을 대규모(218억달러)로 환입했다.

그러나 미 대형은행들은 올 들어 ‘러시아 사태’에 따른 신용손실을 우려해 충당금 적립액을 늘렸다. 가령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JP모간은 시장 예상치(6억2000만달러)를 두배 웃도는 14억6000만달러의 충당금을 쌓았다. 자국 내 영업 비중이 높아 ‘러시아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거의 없는 웰스파고만 지난해 40억달러의 충당금을 환입한데 이어 올 1분기에도 11억달러를 환입했다.

반면 국내 대형은행 중 러시아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는 곳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뿐인데다, 국내 은행권의 총 러시아 익스포저도 6000억원 정도로 크지 않은 수준이다. 코로나19 부실에 대비해 이미 충당금도 비교적 넉넉하게 쌓아놨다는 평가다. KB 신한 우리금융 등의 NPL 커버리지 비율은 200%를 웃돈다.

한미 금융그룹들의 주된 사업 모델이 다르다는 점도 이번 실적 차이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국제금융센터는 “미 대형은행들의 주 수입원인 IB(투자은행) 사업의 수입이 자금조달 시장 위축으로 1분기에 30% 넘게 급감했다”며 “특히 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위축 등으로 1분기 주식인수 관련 수수료 수입 감소가 IB부문 실적 부진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미 4대 은행의 전체 영업수익 중 IB사업 같은 비이자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가까이 된다. 하지만 국내 금융그룹들은 은행의 이자수익에 대부분의 수익을 의존하고 있다. 전체 영업수익 대비 이자이익 비중이 적게는 70%, 많게는 80%를 넘는다. 따라서 시장 변동성으로 인한 수수료 수익 감소의 타격을 빗겨갈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 금융사들의 호황이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반증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정부의 코로나19 대출 관련 만기연장 및 유예조치로 인해 서류상 정상채권으로 분류되는 대출 가운데 부실채권이 숨어 있을 수 있어 충당금을 더 쌓는게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국내 대형은행의 한 임원은 “이자이익 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금융사들이 내수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비이자 부문을 늘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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