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군인권센터가 해병대 연평부대에서 선임 병사 여럿이 후임병 한 명을 구타하고 성 고문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25일 밝혔다. 해병대는 유사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해당 사안을 엄정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로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13명이 머무는 생활관에서 A 병장과 B·C 상병 등 선임병 3명이 가장 기수가 낮은 막내 병사인 피해자를 구타하고 성추행했다"면서 이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센터에 따르면 인권 침해 행위는 지난 3월 중순부터 같은 달 30일, 피해자가 부대 간부에게 보고하기 직전까지 이어졌다. 피해자의 계급은 일병으로, 지난해 12월 입대해 생활관에서 가장 기수가 낮은 '막내 병사'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내일은 가슴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맞아야겠네"라고 위협했다. 또 가해자 가운데 C 상병은 '심심하다'는 이유로 복도에 앉아 있는 피해자의 뒤통수를 치거나 뺨을 때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성 가혹행위는 물론 음식을 강제로 먹이는 가혹행위 이른바 '식고문'도 있었다. 센터는 "스파게티 면과 소스를 더러운 손으로 비빈 뒤 '선임이 해준 정성스러운 요리다, 맛있지?'라며 먹기를 강요해 피해자는 어쩔 수 없이 '감사합니다'라며 먹어야 했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부대 측에 피해 사실을 알리며 공론화한 뒤 이번 사안은 해병대 사령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들은 해병대 군사경찰대에서 불구속 수사를 받은 뒤, 군검찰로 송치됐다.
센터는 "범죄가 반복적, 집단으로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가해자 간의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서라도 즉각 구속 수사가 이뤄졌어야 한다"며 "인권을 운운하며 가해자들을 풀어놓은 것은 인권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아전인수식 행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반복적인 가혹행위 사건에도 안일한 부대 관리로 인권침해를 방조한 연평부대를 해체하고 부대 진단을 통해 다른 피해자가 없는지도 확인하라"며 "국방부는 강도 높은 감사를 통해 해병대의 인권침해 사건 처리 과정을 점검하는 한편, 책임자 전원을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병대 사령부는 "해당 부대는 지난 3월 말 피해자와 면담을 통해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 즉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 조치했다"며 "군사경찰 조사 시 가해자가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으며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어 불구속 수사 후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며,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병영문화혁신 활동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