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사과를 요구하자 "저는 2019년 하반기 장관 후보 상태에서 이루어진 기자 간담회, 인사청문회,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 과정에서도 사과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25일 비대위 회의 모두발언에서 "(윤석열 내각의) 비리 후보자를 정리하려면 비슷한 문제를 일으킨 우리의 잘못을 고백하고 성찰해야 한다"면서 조국 전 장관의 사과를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유죄 확정을 언급하며 "대법원이 동양대 표창장과 6개 인턴 확인서를 허위라고 판결한 만큼 조 전 장관이나 정 전 교수는 사과해야 한다"면서 "검찰의 표적 과잉 수사와 법원의 지나친 형량이 입시 비리를 무마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은 이에 즉각 반발했다. 그는 "정경심 교수는 영어(囹圄)의 몸이라 소통이 어려운 상태이므로 제가 답한다"면서 "여러 차례 비슷한 요구에 사과를 표명했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대법원판결의 사실 및 법리 판단에 심각한 이견(異見)을 갖고 있지만,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판결을 존중하고 수용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 가족의 경우와 달리, 교수 부모가 제공한 인턴·체험활동의 기회를 갖지 못했던 분들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이후에도 또 사과하라고 하신다면, 몇백 번이고 사과하겠다"면서 "다만 우리 가족 사건에 대한 수사, 기소, 판결의 잣대에 따라 윤석열 정부 고위공직자를 검증해주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실제 조 전 장관은 여러 차례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2019년 8월 25일 딸 입시 논란에 대해 "개혁주의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이 문제에는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음을 겸허히 고백한다. 송구하다"고 말했다. 다만 "제가 짊어진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도 없다"며 빗발치던 장관 후보자 사퇴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은 그해 9월 2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기자간담회에서 "아무리 당시 적법이고 합법이었다고 하더라도 저나 저희 아이가 혜택을 누렸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나흘 뒤 인사청문회에서도 "국민의 준엄한 질책과 비판을 절감하면서 제가 살아온 길을 다시 살펴보게 됐다"며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후 재·보궐선거 패배 원인으로 조국 사태가 다시금 거론되자 조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관 후보자 시절에 한 사과 발언을 나열하면서 "전직 고위공직자로서 정무적·도의적 책임을 무제한으로 지겠다. 회초리 더 맞겠다"고 썼다.
조 전 장관만 이른바 '조국 사태'에 사과한 것은 아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취임 한 달을 맞아 "법률적 문제와는 별개로 자녀입시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조 전 장관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사과했듯이 우리 자신도 돌이켜보고 반성해야 할 문제"라며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면서 공정과 정의를 누구보다 크게 외치고 남을 단죄했던 우리들이 과연 자기 문제와 자녀들의 문제에 그런 원칙을 지켜왔는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송 전 대표는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지위 인맥으로 서로 인턴 시켜주고 품앗이하듯 스펙 쌓기 해주는 것은 딱히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런 시스템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청년에게 좌절과 실망을 주는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은 출간한 회고록 '조국의 시간'에도 딸의 인턴·체험활동 확인서와 관련해 "이유 불문하고 기자간담회와 인사청문회 등에서 진심 어린 사과를 여러 번 했다"며 "'부모 찬스'라는 비판을 겸허히 감수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이어 "딸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딸아, 너는 잘못한 것이 없다!"고 적었다. 여러 차례 거듭된 사과를 했음에도 진정성 없는 반쪽 사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재판부는 정 전 교수 재판에서 딸 조민 씨가 고려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등에 제출한 이른바 '7대 스펙'은 모두 허위라고 판단했다.
조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내각 구성을 앞두고 "내 딸만 극형에 처해선 안 된다"면서 고려대와 부산대 의전원 합격자들의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조민 씨의 부산대 의전원과 고려대학교 입학 등이 취소되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이제 만족하시냐"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사과하고 페북에 분풀이하고 또 사과하고 반복 중이다", "사과해 놓고 전혀 이해되지 않는 말과 행동을 하니까 진정성이 없다고 느껴진다", "거리에 침을 뱉어놓고 나만 그런 게 아니므로 전국에 침 뱉은 사람 다 처벌하기 전엔 인정 못 한다고 하는 꼴이다"라고 반응했다. 반면 "조 전 장관은 사과할 필요가 없다. 같은 기준으로 윤석열 내각 후보자를 검증하면 된다"는 댓글도 이어졌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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