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주말 새벽 자는 제게 등산 간다고 하고 나가서 11시쯤 돌아왔습니다. 주말이면 자주 등산을 가길래 혼자 가는 거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는데 나중에 SNS를 보고서야 회사 여성 동료와 단둘이 다녀온 걸 알게 됐습니다. 거짓말을 왜 했냐고 따져 물었더니 제가 싫어할 것 같아서 그랬다는데 뻔뻔한 모습을 참을 수가 없네요. 이혼 사유가 될까요?"
아내 A 씨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직장 동료와 단둘이 등산 다녀온 남편'이라는 글을 올려 "저는 남편이 등산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남편도 그걸 알고 있어서 갈 때마다 싫은 티를 냈다"면서 운을 뗐다.
A 씨는 "제가 출산하고 꽤 오랫동안 등산을 하지 않았는데 최근 '산에 가고 싶은데 가고 되냐'고 물어보더라"라면서 "다른 취미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라 갔다 오라고 해서 한 달에 한 두 번 등산을 갔었는데 나중에서야 같은 부서 여성 동료랑 갔었다는 걸 알았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화가 난 A 씨가 남편 B 씨에게 "그동안 혼자 갔다 왔느냐"고 물었다. 이에 B 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A 씨가 "누구랑 갔는지 다 안다"고 하자 B 씨는 "사실대로 말하면 신경 쓸 것 같아서 말 안 했다"고 했다.
B 씨는 "나는 떳떳하다. 등산 좋아하고 마음 맞는 사람이랑 산 타러 간 게 뭐가 잘못이냐"고 억울해했다.
A 씨가 "그럼 나도 등산 동호회 가입해서 다른 사람들과 산에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B 씨는 "그러라"고 맞받았다. A 씨가 "거기 모임에서 만난 마음 맞는 사람과 단둘이 등산도 가겠다"고 해봤지만 B 씨는 오히려 '무슨 상관이냐'는 태도였다.
A 씨는 "남편이 미안한 마음도 없는 태도를 보여서 더 화가 난다"면서 "배우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다. 회사 동료는 평일 내내 붙어서 일하는데 꼴 보기 싫은 게 정상 아닌가. 왜 주말에까지 같이 산에 가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당장 이혼하고 싶다"고 적었다.
네티즌들은 "취미생활을 함께 한다고 무조건 불륜은 아니다. 아내가 예민하다"는 반응과 "아내 입장에서는 남편이 다른 이성과 등산 같이 다니는 게 괜찮을 수 없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걸 굳이 해야 할까"라는 쪽으로 나뉘어 갑론을박을 벌였다.
그렇다면 남편이 다른 여성과 단둘이 등산을 즐기는 게 이혼 사유가 될까.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는 "골프나 등산 등 운동을 여럿이 같이하는 경우 건전한 활동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부 남녀가 부적절한 만남을 이어가다가 이혼 위기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단순히 등산을 함께 하는 것만으로는 이혼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며 "낚시, 골프 등 취미생활도 마찬가지다. 이혼이 성립되려면 취미활동에 빠져서 가정이 파탄되었다는 것이 인정되어야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취미생활에 빠져 부부간의 갈등이 심해지고 막말, 상습적인 거짓말을 하거나 폭언이나 폭행까지 이르는 정도가 되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혼 사유인 ‘부정행위’는 성관계를 하지 않더라도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거나 애정 표현을 하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해당한다"면서 "민법상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는 성관계보다 넓은 개념이며 성관계에 이르지 않더라도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 성관계의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도 다른 이성과 데이트하거나 신체접촉을 하거나 은밀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때 휴대폰 문자나 카톡으로 다른 사람과 ‘사랑해’, ‘보고 싶어’ 등의 문자를 주고받은 경우 성관계의 증거는 되기 어렵지만 이혼 사유와 위자료 사유는 될 수 있다는 것.
이 변호사는 "‘부정한 행위’인지의 판단은 구체적 사안에 따라 그 정도와 상황을 참작해 재판부가 판단한다"면서 "사례와 같이 남녀가 등산을 함께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외도나 부정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등산하면서 진한 스킨십을 하거나 이후 부적절한 만남 또는 애정행각을 한 경우에 외도와 부정행위가 되고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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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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