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완전히 막혔다"…분당·일산 주민들 분통

입력 2022-04-25 17:33   수정 2022-05-03 15:30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재건축 규제 완화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1기 신도시 특별법에 기대를 걸고 있던 단지들 사이에서는 실망감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재건축 추진 단지로 구성된 분당재건축연합회 관계자는 25일 “지구단위계획 재수립이나 용적률 상향 등을 담은 특별법 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실상 1기 신도시 재건축은 통째로 틀어막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1기 신도시 주민들을 중심으로 “대통령 되니 공약을 폐기해버렸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건 어느 정부나 같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연일 오름세를 보이던 1기 신도시 집값은 당분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분당구 서현동 H공인 대표는 “최근 급매물 위주로 활발히 거래가 되고 있었지만 오늘은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기 어렵냐’는 문의 전화가 많이 왔다”고 전했다.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W공인 관계자도 “최근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에 투자 목적 매매 거래가 많았는데 당분간은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일단 예정대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경기 군포시 산본동 ‘주공11단지’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대선 공약에 1기 신도시 특별법이 포함된 이후로 유입된 투자자가 많아 빠른 사업 추진을 희망하는 분위기”라며 “계획대로 다음달 2일부터 예비안전진단 동의서를 모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에 기대를 걸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분당의 한 재건축 단지 추진위 관계자는 “인수위가 1기 신도시 주민의 주거 편의성은 고려하지 않고 단순 가격만을 고려해 정치적으로 판단했다”며 “6월 1일 지방선거로 선출되는 시장에게 기대를 걸어보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기적인 시장 변화에 인수위가 과민하게 반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1기 신도시의 재건축 규제를 풀면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기 광명시, 과천시처럼 공급이 충분해져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가격이 올라도 공급에 방점을 찍고 규제를 풀어 민간 정비 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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