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안 되는데…7세도 발급 가능한 '유스카드' 만든 토스

입력 2022-04-27 00:00   수정 2022-05-27 16:44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Geeks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0대 이하 청소년과 어린이들은 그동안 금융시장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먼저 법적 제한이 있다. 가령 신용카드 발급은 만19세부터 가능하고 통장도 만 14세부터 스스로 개설할 수 있다. 기존 금융사들은 소위 ‘돈이 되지 않는’ 미성년자를 위해 금융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데도 소극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토스가 작년 말 만 7세부터 16세까지 발급받을 수 있는 ‘토스 유스카드’를 선보였다. 토스머니와 연결해 체크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는 선불카드다.

토스에서 10대를 타깃으로 한 상품과 서비스 개발을 담당하는 ‘틴즈 사일로’의 윤주승 프로덕트 오너(PO·사진)를 만나 유스카드 출시 배경과 전략을 들어봤다. 토스 유스카드 고객들의 월평균 결제금액은 5만~6만원 남짓. 이 정도 결제금액으론 카드 플레이트 제작과 발급 등에 드는 비용도 안 나온다는 게 윤 PO의 설명이다. 토스도 애초에 어린이들의 ‘코 묻은 돈’을 바탕으로 당장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윤 PO는 “미성년자들이 토스를 통해 주체적인 금융생활을 하게끔 도움을 주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며 “‘왜 14살이 돼야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사적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목적 아래 생겨난 틴즈 사일로가 선보인 유스카드는 기존 청소년 카드들과 상품 구성과 문법 등 측면에서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윤 PO는 유스카드의 경쟁력으로 디자인과 앱과의 결합성 두가지를 꼽았다. 기존 어린이 대상 금융상품들에는 으레 ‘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는 ‘공급자적 마인드’라는게 토스의 판단이다. 보통 ‘10대 친구들’은 이러한 ‘유치한 디자인’에 거부감을 느낀다고 한다. 윤 PO는 “10대들이 좋아하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디자인으로 카드를 구성했고 실제 유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은 보통 할인 혜택으로 상품 경쟁을 한다. 하지만 윤 PO는 “10대 이하 청소년들은 일찍부터 본인 명의 카드를 발급받아 주체적으로 금융생활을 하길 원하는 것이지, 카드가 주는 혜택이 동기요인이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 때문에 토스는 유스카드 유저들의 스마트한 금융생활을 도와주는 여러 장치를 마련해 고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유스 전용 홈 화면을 구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10대 유스카드 고객이 토스 앱을 실행했을 때 나오는 유저 인터페이스(UI)는 20~30대 일반 소비자와 다르다. 돈을 모아 두는 ‘저금통’이나 용돈기입장 서비스 등이 앱 전면에 배치된다. 간편송금과 결제 내역 등을 캘린더 형태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해 10대 유저들이 계획적인 소비를 돕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학교 급식표’ 등 일상생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토스는 앞으로 저금통 기능을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윤 PO는 “예를 들면 ‘BTS 콘서트 티켓 값 모으기’ 같은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든 후 목표금액과 기간을 설정하는 방식”이라며 “10대들은 ‘소셜 맥락’을 중시하는 만큼 공유하기나 응원하기 등 기능을 넣어 성취해 나가는 경험을 갖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저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경제와 금융 콘텐츠를 강화하는데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윤 PO는 “경제상식 시리즈나 가령 창업에 나선 또래의 이야기를 소개해 주는 방식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토스 유스 서비스에 대한 ‘바이럴’이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 PO는 “유스카드는 그 자체가 메인 상품이라기보다는 10대들이 토스 앱을 더 잘 사용하도록 만들기 위한 아이템”이라며 “토스를 통해 첫 금융생활을 시작하고 성인이 돼서도 토스를 계속 이용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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