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사들이 올해 상반기 자동차업계에 공급하는 자동차강판 가격을 인상하는데 성공했지만, 주가는 되레 하락하고 있다. 지난주에 가파르게 상승한 데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는 데다 조선사들과의 후판 가격 협상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영향으로 보인다.
25일 오전 9시45분 현재 코스피 철강·금속 업종지수는 직전 거래일(22일) 대비 70.33포인트(1.34%) 내린 5173.00에 거래되고 있다. 포스코(POSCO)홀딩스와 현대제철이 각각 1.86%와 2.47% 하락하는 등 대형주의 낙폭이 두드러진다.
대형 구매처와의 공급 가격 협상에서 원가 상승분을 모두 반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철강업계는 자동차업계와 올해 상반기 공급하는 자동차강판 가격을 톤(t)당 15만원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인상폭이 철강업계가 당초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진 톤당 15만~20만원의 최하단이다.
또 다른 대규모 철강재 구매업계인 조선업계와의 후판(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 협상도 난항이다. 철강업계는 철강 원재료비 상승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조선업계는 동결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가 전하는 중국으로 수입되는 철광석 가격은 지난 15일 기준 톤당 152.06달러로, 작년 말일의 120.19달러 대비 26.51%가 올랐다. 같은 기간 유연탄 가격도 톤당 125달러에서 185달러로 48% 급등했다. 지난달 11일에는 유연탄 가격이 톤당 256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조선업계는 작년 하반기에 큰 폭의 인상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는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공급된 조선용 후판 가격은 톤당 110만원 수준으로 합의돼, 같은해 상반기 공급 가격 대비 40만원가량 인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선사들이 철강재 가격 인상에 따른 충당금을 쌓으면서 작년 4분기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대형 구매처와의 가격 협상 외에도 지난주(18~22일) 가파른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증시 하락을 계기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코스피 철강·금속 업종 지수는 5243.33에 마감됐다. 일주일 전과 비교해 4.42% 오른 수준이었다. 중국 내 철강 생산도시의 봉쇄로 인한 공급 감소 기대와 러시아산 천연가스 대체를 위한 EU의 액화천연가스(LNG) 도입에 따른 수혜 기대 등이 철강사들의 주가를 밀어 올렸다.
중국 내 철강 생산의 13%가량을 차지하는 허베이성 탕산시가 지난 19일 다시 봉쇄됐다는 소식이 지난주 중반 전해졌다. 탕산시는 지난 11일 봉쇄를 해제한지 8일 만에 다시 봉쇄에 들어갔다.
코로나19로 인한 도시 봉쇄 여파와 별개로 중국은 철강 생산 감산을 이어오고 있었다.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서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조강(쇳물) 생산량을 감축해야 한다고 촉구한 데 이어 중국철강협회(CISA) 또한 철강 감산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로 한동안 정부의 철강 감산에 대한 규제는 제한적이겠지만, 상반기에 예상을 초과하는 철강이 생산되면 하반기로 갈수록 규제 강도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U의 LNG 도입 추진은 강관 수요를 늘리는 이슈다. 러시아로부터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받는 천연가스(PNG)를 대신 미국 등으로부터 배로 실어 나르는 LNG를 공급받으려면 보내는 쪽과 받는 쪽 모두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철강 제품인 강관이 많이 들어간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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