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어치 떡볶이, 튀김 만들어 팔면 재료비, 배달비, 인건비 빼고 한 푼도 남는 게 없습니다. 지옥 같던 코로나19 사태를 2년 넘게 버텨왔지만, 이젠 포기하려고 합니다."
서울 성동구에서 10년째 분식집을 운영해 온 김 씨(49세)는 33㎡(10평) 짜리 점포를 최근 중개업소에 내놨다며 한숨을 쉬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재료비 폭등과 금리 인상, 인건비 상승 등 3중고가 덮치면서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가까스로 코로나19를 버텼던 이들이 최근 폐업을 고려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업소용 밀가루 가격도 오르고 있다. 20㎏짜리 CJ제일제당 강력분 최저가는 이날 기준 2만원을 돌파해 6개월새 17.6% 넘게 올랐다.
김 씨의 분식점의 경우 1만원 어치 음식을 팔았을때 지난해까지 원재료비가 3000원 가량 들어가던 것이 최근 4000원 이상으로 뛰었다. 주문의 절반은 배달이 차지하지만, 수수료를 포함해 평균 배달비가 건당 4000~5000원 가량 든다고 김 씨는 전했다. 여기에 매달 임대료 160만원과 아르바이트생 인건비를 주고 나면 김 씨의 손에 남는 것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대부분의 소규모 음식점들은 김 씨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 씨는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치킨을 미리 튀겨놓고 직접 배달을 뛰기도 한다. 박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 희망이 보일 것이라 착각했다"며 "배달앱에 공개된 무한 가격경쟁 때문에 치솟은 원재료비를 판매가에 반영할 수도 없고 옆 상가에 경쟁점포까지 생겨 우울증이 왔다"고 토로했다.
진입장벽이 낮은 음식점업은 가격 주도권이 없어 인플레이션에 더욱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점업 개업은 10만7386건으로 전년비 3.1% 늘었고 폐업의 경우 2.2% 늘어난 8만3577건에 달했다.
용산구에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최 씨는 "코로나가 덮칠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2019년 창업을 했다가 3년째 대출에 허덕이고 있다"며 "대출금리가 올들어 급격히 상승하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고 있다"고 했다.
최 씨는 아르바이트생 인건비도 부담스러워 혼자 주방과 카운터를 맡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국가가 정한 최저임금은 지난해 8720원에서 올해 9160원으로 5% 인상됐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인플레이션에 따른 외식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글로벌 식량 대란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중단 결정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15㎏짜리 롯데푸드 정제팜유 최저가가 이날 4만5470원으로 석달새 7% 상승하는 등 가격이 꿈틀대고 있다.
이용선 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음식점업은 국제곡물가격 상승, 인건비 증가 등에 따른 매출 회복 지연과 금리 인상에 직면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이미 수익성이 크게 저하돼 재무적 위험도가 높은 소상공인들이 많기 때문에 신용 상태에 따라 폐업 지원과 대출 상환시기 분산 등의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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