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2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7%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0.3%)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앞서 증권가가 예상한 0.5%보다 높은 수준이다.
오미크론 확산에 따라 외부 활동이 위축되면서 내수 소비가 부진했지만,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를 거뒀다. 수출은 반도체,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4.1%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 3분기(1.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입도 원유 등이 늘면서 0.7%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유가가 많이 오르면서 수입 디플레이터가 증가한 영향이다.
반면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모두 줄면서 4.0% 감소했다. 이는 2019년 1분기(-8.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건설투자도 건설 및 토목 건설이 모두 줄면서 2.4% 감소했는데, 지난해 3분기(-3.5%) 이후 역대 최저치다. 민간 소비도 준내구재와 서비스가 줄면서 0.5% 감소했다. 이는 2020년 4분기(-0.4%) 이후 최저치다. 정부 소비는 물건비가 늘었지만, 사회보장현물수혜가 줄면서 전분기 수준을 나타냈다.
설비투자와 정부부문 중심으로 위축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황상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민간부문의 경우 설비투자가 현 상태를 유지했지만, 정부부문 중심으로 위축된 영향이 컸다"며 "사회간접자본(SCO) 투자 집행 관련 내용이 축소되고, 기저효과 등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비투자와 건설투자엔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이 혼재돼 있는데, 공급 차질이 부정적 요인"이라며 "내수 확장과 수출과 맞물리는 글로벌 교역 흐름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순수출 성장 기여도는 1.4%로 지난해 4분기(0.3%)보다 큰 폭으로 확대됐으며, 내수 성장 기여도는 -0.7%로 지난해 4분기(1.1%) 이후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황 국장은 "1분기 성장세엔 순수출이 기여한 영향이 컸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등 세계 경기 부진 등으로 부정적 영향 커졌다"며 "반도체나 자동차 등 회복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계속되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으며, 지난 20일까지 수출은 17%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면서 민간 소비는 회복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황 국장은 "4월 들어 음식 숙박 오락 운수 대면 서비스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온라인 소비도 양호한 상태"라며 "이동성 지수를 보면 사람들의 움직임이 많아지면서 긍정적 영향으로 작용하고, 소비 여력과 저축도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할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기존 전망치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황 국장은 "1분기 0.7% 성장했는데, 산술적으로 계산해서 매 분기 0.6~0.7% 속도로 성장하면 연간 3% 성장률이 달성되겠다"며 "1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1%로, 반기를 분기화해보면 조사국 전망보다는 잘 나왔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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