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유통업체 아워홈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아워홈 창립자 구자학 회장의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작업을 막내동생인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측이 협조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제기된 데 이어, 1000억원 규모의 배당금 요구와 관련해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구지은 부회장 측 아워홈은 26일 "구 전 부회장 측이 지분 매각에 대한 회사 협조를 얻지 못했다고 밝혔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구 부회장 측은 "구 전 부회장 측은 원활한 매각을 이유로 임시 주주총회 소집 및 이사진 개편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는 명분 없는 경영 복귀 시도"라고 주장했다.
앞서 구 전 부회장은 지난 25일 아워홈에 새 이사 48명 선임을 목적으로 한 임시주총 소집을 요청하며 남매간 경영권 분쟁을 다시 촉발시켰다. 구 전 부회장(지분율 38.56%)은 장녀 구미현(자녀지분 포함 20.06%)씨와의 합산지분 총 58.62%에 대한 매각을 추진 중이다.
구 전 부회장 측은 "지분 매각에 필수적인 기업 실사 등을 위해 회사에 꾸준히 협조를 요청했지만, 지난 수 개월간 아워홈으로부터 응답도 받지 못했다"며 "신속한 매각 절차를 위해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구 부회장 측은 "구 전 부회장이 매각 협조를 위한 절차적인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구 부회장을 대변하는 아워홈 관계자는 "구 전 부회장 지분 매각 자문사 라데팡스파트너스에 위임장 또는 매각 전속 계약서 등 기초 자료를 지속 요청했지만 관련 없는 내용의 공문만 발송하고 있다"고 했다.
대규모 배당 요구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구 부회장 측은 "구 전 부회장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1000억원의 배당금 지급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익 추구를 우선하는 태도에 심한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구 전 부회장은 이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구 전 부회장 측은 "개인에게 1000억원의 배당을 달라고 한 적은 없다"며 "대리인인 라데팡스가 주주와의 협의에 참석해 여러 의견을 제시했고, 회사 정상화를 위해 무배당에 합의했다"고 맞섰다.
구 회장의 1남3녀가 99%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한 아워홈은 '고배당 잔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2020년 아워홈 창사 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을 때 4명의 형제들이 배당금으로 760억원을 챙겼기 때문이다. 당시 구 전 부회장 299억원을 비롯해 구 부회장도 160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아워홈은 지난해 매출 1조7400억원, 영업이익 257억원, 순이익 47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현재 경영권을 잡고 있는 구 부회장은 2021년 실적에 대해 무배당을 결정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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