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국은행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작년 말 한국의 비금융기업(기업) 대외채무 합계는 1430억880만달러로 집계됐다.
대외채무란 기업이 갚아야 하는 달러화 등 외화 빚을 말한다. 전년 말과 비교해 217억3570만달러(약 26조9500억원) 늘었다. 작년 증가폭은 연간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1994년 이후 최고치다. 대외채무는 2019년 말 1125억9240만달러에서 2020년 말 1212억7310만달러로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상에 나타난 기업별 외화부채 규모는 포스코홀딩스(11조5122억원)를 비롯해 대한항공(9조4497억원), SK이노베이션(8조3047억원), LG에너지솔루션(8조2821억원), 아시아나항공(4조4467억원) 등이 유독 컸다.
이들 업체의 외화 빚은 올해도 상당폭 불어날 전망이다.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무역수지는 91억57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적자라는 건 수출 기업에 들어오는 달러보다 나가는 달러가 많다는 것으로, 원자재 수입대금 마련을 위해선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환율이 뛰게 된다. 여기에 Fed가 빅스텝을 추진하면 환율 오름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이 같은 변수가 반영되면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0전 오른 1250원80전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1250원을 넘어선 것은 2020년 3월 23일(1266원 50전) 후 처음이다.
환율이 뜀박질하면(원화 가치는 하락) 원화로 환산한 외화차입금의 이자 비용과 원금 상환 부담도 커진다. 원·달러 환율이 10% 뛰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당기순이익은 각각 4853억원, 3761억원가량 증발한다.
외화 빚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늘어날 전망이다. 전체 외화부채 가운데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 외화부채(단기 외화채무)는 작년 말 195억9390만달러(약 24조2960억원)로 2020년 말과 비교해 80억4260만달러 늘었다. 기업 상당수는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다시 자금을 차입(차환)한다. Fed의 빅스텝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이 나타날 경우 기업이 단기 외화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비관적 시나리오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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