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규제 완화로 혜택을 보는 대상은 소수다. 당장 대기업이 대주주로 있는 방송사들은 자산총액 규제 완화를 절실하게 바라고 있다. SBS를 지배하는 태영그룹은 2020년 말 기준으로 자산 규모가 9조8000억원이다. 2021년 기준 자산총액이 10조원을 초과해 다음달 공정거래위원회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이 예상된다. 이 경우 태영그룹은 현행 SBS 소유 지분(36.9%)을 10% 아래로 낮춰야 한다. KBC광주방송 대주주인 호반건설과 UBC울산방송 대주주인 삼라마이더스그룹도 자산총액 10조원 기준에 근접해 규제 완화를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청자를 대변하는 시민단체들은 결국 규제 완화를 통해 일부 대기업에 혜택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고 했다.
이런 규제는 특정 신문사의 논조가 방송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됐다. 대기업 지분 규제가 완화되면 신문사가 대기업에 출자를 강요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종편 사업자들은 재승인 규제 완화도 기대한다. 종편 등 일부 채널사용사업자(PP)들은 방송법에 따라 3~5년의 승인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승인을 받고 있다. 이런 재승인 기간을 연장하고 절차를 간소화해달라는 건 종편 사업자들이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구해온 사항이다. 실제 학계에선 재승인 심사가 사업자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종편이 누리는 기득권을 그대로 두고 규제만 완화한다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정부는 2010년 종편 사업자 네 곳을 승인한 뒤 12년 동안 신규 사업자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 미디어업계 한 관계자는 “정치적인 이유로 종편의 편의를 봐주고 숙원을 해결해준 것처럼 비칠 수 있다”며 “방송의 다양성이나 공공성 확보를 위한 노력보다 기존 사업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쪽으로 간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많은 미디어가 병존하는 다채널 시대에선 지상파나 종편 TV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며 “방송 산업을 키우려면 허가제보다 등록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종편 재승인 기간과 대기업 소유 지분율 규제는 방송법 시행령에 규정된 사안이다. 민주당은 이런 규제 완화에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종편 재승인 기간을 5년으로 고정하면 자칫 정권 초반마다 재승인을 해줄 수 있다”며 “정권 입맛에 맞는 자기편만 재승인해주겠다는 얘기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가 야당과 상의 없이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시도할 경우 시행령 규정 사항을 법률 조항으로 상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좌동욱/오형주/김희경 기자 leftki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