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즈' 이름표 뗀 이수정 "진짜 저를 보여주고 싶어요" [인터뷰+]

입력 2022-04-27 10:11   수정 2022-04-27 10:12


"진짜의 나."

'베이비소울'이라는 예명을 달고 걸그룹 러블리즈의 리더로 7년을 달려온 이수정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이었다. 솔로 가수로 홀로서기에 나선 그는 그간 자신을 무겁게 누르고 있던 짐을 털어내고 이제야 비로소 '진짜 나'를 찾은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이수정은 지난 26일 오후 6시 첫 번째 미니앨범 '마이 네임(My Name)'을 발매하고 본격적인 솔로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러블리즈 멤버들이 기존 소속사인 울림엔터테인먼트를 떠나 뿔뿔이 흩어지며 홀로 남았던 이수정의 첫 행보다.

러블리즈가 결성되기 전, 디지털 싱글을 내며 솔로로 먼저 데뷔한 이력이 있지만 이수정은 이번 활동을 기점으로 삼고 싶다고 했다. 러블리즈의 메인보컬로 활약하는 동안 그는 솔로 앨범을 낸 적이 없었다.

'마이 네임' 발매 전 만난 이수정은 "솔로 활동에 대한 갈증은 계속 있었다. 하지만 팀 활동을 하면서 솔로 욕심을 부리면 그게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하지 않아도 되는 생각인데 그런 걱정을 너무 많이 했다"고 밝혔다.

러블리즈 활동이 마무리된 현재, 그는 베이비소울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본명 이수정으로 다시금 팬들 앞에 섰다. 앨범명도 '마이 네임'이다.

"솔로로 나와서는 진짜 제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사람들한테도 제 이름으로 불려야 할 것 같았죠. 가명으로 살아가면 계속 그 틀에 갇혀 있을 것 같았어요. 제 자아를 느끼는 게 중요했고, 진짜 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이수정은 인트로를 제외하고 '마이 네임'에 수록된 전곡 작사에 참여했다. 직접 가사를 쓰며 진정성 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내고자 했다.

그는 "혼자 가사를 많이 써왔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은지 고민을 많이 하고 생각날 때마다 메모장에 적어두는 편"이라면서 "가사도 다 쓴 만큼 진짜 내 감정과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수가 되고 싶다. 사람들이 내 곡을 통해 위로와 힘을 얻고, 공감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달을 걸어서'는 어두웠던 시간을 지나 새로운 낮을 맞이해 다시 태어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달'이라는 공간 매개체를 통해 표현한 노래다. 이수정은 이 곡의 메시지가 바로 "진짜 내 이야기"라고 했다.

"그룹 활동을 하고 솔로로 첫 시작을 하는 거잖아요. 가사도 그런 내용이에요. 제 나름대로 힘들었던, 어둡게 느껴졌던 시간이 지나고 비로소 진짜 나를 찾게 되면서 새로운 곳으로 간다는 의미가 담겼죠."

2014년 11월에 데뷔해 '안녕', '아츄(A-Choo)', '데스티니(Destiny)' 등의 곡으로 사랑받았던 러블리즈. 화려하게 보였던 순간을 이수정은 어둠으로 기억했을까.

그는 "팀의 리더로서 항상 팀을 먼저 생각할지, 나를 먼저 생각할지가 고민이었다"면서 "팀에 맞춰서 나를 바꾸려고 하고, 팀에 피해가 갈까 봐 하고 싶은 행동도 마음껏 못 하고, 스스로 억누르는 게 많았다. 팀이 돋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혼자 튀는 행동을 안 하려고 했더니 점점 나라는 사람이 안 보이게 되더라"고 고백했다.

그러나 주도적으로 이번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행복했던 순간들을 꺼내면서 정신적, 신체적으로 더 건강한 자세를 갖게 됐다는 그였다.

이수정은 "처음으로 혼자서 모든 걸 다 책임지고 하는 앨범이다 보니 그 과정에서 이전에는 몰랐던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됐다"면서 "촬영하거나 콘서트를 준비하는 등 과거에 즐거웠던 기억들이 분명히 있지 않느냐. 그런 좋은 경험을 한 번 더 되새겨보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이제 와 과거를 돌아보니 마냥 힘들어하기보다는 그 시간을 조금 더 재밌게 즐길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어쨌든 연습생 기간도 길었고, 러블리즈 활동도 오래 했는데 그 시간이 헛되지만은 않다고 생각해요. 그 시간이 있어서 지금의 제가 있는 거고, 또 그것들이 오히려 제 음악의 기반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러블리즈로 보여줬던 음악과는 다소 다른 결을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돋보였다. 이수정은 "러블리즈 활동을 하면서 항상 음악적인 자부심은 컸다. 어딜 가도 내가 하는 음악이 자랑스러웠다"면서도 "러블리즈 음악이 여리고 아련하고 소녀다운 감성이라면 난 조금 더 파워풀하고 강렬한 음악을 좋아했다. 그런 점에서 조금 다른 느낌이다"고 전했다.

러블리즈 음악과의 차별점을 두기 위한 고민이 있었는지 묻자 "러블리즈 음악을 할 때가 더 고민이었다. 내가 해왔던 색깔도 아니고, 하고 싶었던 방향과도 달랐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솔로 앨범은 정말 하고 싶었던 색깔의 음악을 하는 거라 오히려 쉽고 재밌게 표현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수정은 "이번 앨범을 통해 새로운 저를 느끼실 거라 확신한다"면서 "예전엔 항상 1위를 하거나 상을 타는 게 목표였는데 지금은 그런 게 별 의미가 없더라. 성적보다는 제 음악을 좋아해 주는 분들과 소통하고, 계속 그분들을 생각하면서 곡 작업하는 게 즐거운 것 같다"는 소박하지만 단단한 바람을 드러냈다.

"제 음악이 흘려듣는, 한때 지나가는 노래가 아니라 여러 감정을 느끼는 순간마다 공감을 줄 수 있었으면 해요. 그 안에서 위로를 많이 받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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