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아들이 쓴 글이 감동을 전파하고 있다.
지난 24일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서울대학교 자유게시판에는 '돌아가신 아빠가 가엾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서울대에 합격한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허망하게도 사고로 돌아가셨다"며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그의 부친은 동네에서 수학 신동으로 불렸지만, 가세가 기울면서 학업을 이어가지 못했다. 사망 직전까지 공장 일용직으로 일했고, 이혼 후에도 A씨와 A씨 동생만을 위해 살았다.
A씨는 "내가 성대(성균관대학교)에 갔을 때 너무 좋아하시면서 역시 '한 공부하는 자식'이라고 자랑스러워하셨다"며 "서울대에 붙는 모습을 보여주려 반수 했는데 합격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보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빠가 그 세대에서 풍족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면 서울대에 갔을 것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아빠와 비슷한 나이에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학교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고 강단에 올라선 서울대 교수님들을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 장의 메모 사진과 함께 "아빠가 내게 주신 유산은 집도 차도 부동산도, 그렇다고 뒷구멍 입학도 아니었지만, 내겐 평생 남을 운동화였다"고 적었다. A씨의 부친이 적은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에는 "비 오니까 운동화 신고 슬리퍼 필요하면 가져가. 전화 부탁"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묵묵히 담아낸 A씨의 글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성공한 아버지다. 홀로 자식 키우시며 존경까지 받았으니 충분히 멋진 인생 아니겠느냐"며 위로의 글을 남겼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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