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세금의 적절치 못한 이탈
-구매와 운행, 둘 가운데 지원은 하나만 해야
2004년 서울시가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버스사업자의 적자를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제도로 현재 서울을 비롯해 인천, 대전, 광주, 대구, 부산, 제주, 창원, 청주 지역 등에 적용되는 중이다. 준공영제 도입 이후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높아졌다. 부족한 수입금을 자치단체가 세금으로 보전하니 굳이 무리한 운행이 필요 없어진 탓이다. 그러자 소규모 농어촌지역도 자치단체의 보조금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이동권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손실을 보전하니 사업자의 방만한 운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래서 정부 또한 보조금 지급에 까다로운 절차를 만들어 국민 세금의 낭비 요소를 없앴다. 일부 반발도 있었지만 세금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운영 비용의 손실을 자치단체가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야 '혈세(血稅)'로 표현되는 공공성이 담보될 수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탄소 배출 저감 정책에 따라 시내버스부터 전기로 전환했다. 당연히 친환경이라는 이유로 구매 때 보조금을 지원했다. 동력원을 전기로 바꾸면 탄소 배출 감소가 국내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해 국산 전기버스 가격 수준에 맞춰 3억원 정도를 설정했다. 물론 대상은 국산과 외산을 가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 틈을 파고든 게 저가 중국산 전기버스다. 보조금이 많으니 틈새를 노릴 수 있다고 판단해 2억원 정도에 들여와 3억원의 보조금을 받고 팔았다. 수입사는 보조금 덕분에 이익이 충분히 보전됐고 버스사업자는 전기버스 구매에 한 푼도 들이지 않아 반겼다. 하지만 부족한 운송 수입금은 여전히 국민 세금에 의존했다. 세금으로 구매 이익을 내고 세금으로 운영 수익을 보장받았다. 업계에선 지금까지 중국산 전기버스에 지급된 보조금만 700억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도입 원가를 따져도 꽤 많은 세금이 해외로 나간 셈이다.
이 점이 문제로 지적되자 버스사업자들은 원가 절감이라며 항변했다. 그러자 반대 의견도 쏟아졌다. 전기버스 구입에 세금이 투입돼 사업자의 이익이 발생했으니 운송 수입금 보전은 받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기버스 구매와 운행에 모두 보조금을 지급해 생기는 문제인 만큼 둘 가운데 사업자가 하나를 선택하라는 논리였다. 보조금 자체가 세금이라는 점에서 터진 논란이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정부는 버스사업자가 전기버스를 구입할 때 최소 1억원 부담을 의무화했다. 또한 전기버스 보조금도 낮춰 세금 낭비 지적을 없애기로 했다. 국산 전기버스 역차별 논란을 의식한 제도 보완이다. 그 결과 올해 중국산과 국산 전기버스의 가격 차이는 많이 줄었다.
그럼 문제가 해결될까? 아니다. 빠져나가는 방법은 간단하다. 수입 사업자들이 가격을 높이면 된다. 그럼 보조금이 많아지는데 이때 확보한 보조금을 마케팅 비용으로 쓰면 된다. 여기서 마케팅이란 버스사업자에게 보조금의 일부를 되돌려주는 방식을 의미한다. 물론 정부도 예상은 했다. 그래서 아무런 이유 없이 가격을 높여 보조금을 받는 행위가 적발되면 부정으로 간주해 아예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키로 했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연식을 바꾸거나 옵션 변경 등을 통해 가격을 높이고 여기서 확보된 보조금을 다시 사업자에게 돌려주는 할인 방식은 여전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준공영제다. 버스는 국민들의 기본 이동 수단이다. 그래서 사업자가 전기버스를 구매하고 운행할 때 비용이 부족하면 국민 세금을 투입해 보전해준다. 그리고 보조금 속에는 국산 전기차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산업증진 효과도 포함돼 있다. 단순히 천연가스를 대체했다고 거액의 보조금을 주는 게 아니다.
그래서 적어도 준공영제로 운행되는 지역은 보조금을 구매와 운행으로 나누고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는다. 구매 보조금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운행 보조금을 받을 것인가? 중국산 전기버스 구매 지원을 받았다면 그만큼 비용 절감이 됐으니 운행 때 수입금을 보전해 줄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반면 비싼 국산 전기버스를 구매했다면 운행 수입금을 보전해주면 된다. 구매와 운행, 둘 가운데 한 곳만 써야 세금 사용의 공정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만약 구매와 운행 모두 보조금을 받겠다면 배터리 또한 국산이라는 전제가 돼야 한다. 그래야 준공영제에 취지가 무색하지 않게 된다. 비록 '준(準)'이라는 글자가 붙었지만 공영제는 세금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공영제답게 제도가 운영돼야 하는 게 맞다.
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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