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꼼수합병에 개미만 죽어나"…'동원산업 논란법' 발의 [이유정의 경제법 톺아보기]

입력 2022-04-27 13:59   수정 2022-04-28 20:28


‘동원참치’로 잘 알려진 동원산업 주가는 이번달 내내 요동치고 있다. 비상장 계열사 동원엔터프라이즈와의 합병이 발표된 지난 7일 26만7000원이던 주가는 11일 22만7500원으로 15%가량 떨어졌다. 이후 소폭 회복하긴 했지만 27일 여전히 24만4000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주가하락은 합병비율 논란에서 시작됐다.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들은 양 사의 합병 비율이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등 오너 일가에 유리한 방식으로 불공정하게 책정됐다며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동원산업의 성장성에 베팅한 주주들의 이탈이 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현행법은 주권상장법인이 합병 등을 하는 경우 주가를 기준으로 가액을 결정하도록 한다. 대주주가 주가 변동상황을 고려해 자신이 유리한 시기에 합병하거나 주가 호재 공시와 악재 공시를 이용해서 주가를 움직일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사례가 대표적이다.

동원산업의 경우 주당 합병가액을 24만8961원으로 산정했다. 동원산업 주당 순자산가치(BPS)인 38만2140원의 65% 수준에 불과하다. 피합병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주당 합병가액이 19만1130원으로 산정됐다.

합병가액을 기준으로 한 양 사의 기업가치를 보면 동원산업은 9156억원, 동원엔터프라이즈는 2조2247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동원산업 영업이익이 717억원으로 동원엔터프라이즈(481억원)의 두 배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는 게 시장의 설명이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99.56%에 달한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의 가치가 높게 평가 될수록,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기업의 가치가 낮게 평가될수록 대주주에게 유리하다”며 “기업집단내 계열회사간의 합병시 지배구조를 왜곡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27일 합병 가액을 결정할 때 주가 이 외에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자본시장법)을 대표발의했다. 불공정한 합병가액으로 인해 합병회사의 주주간 부의 이전이 발생하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소액주주가 입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미국에서도 ‘공정한 가격’을 판단할 때 자산가치, 수익가치, 회사의 미래전망 등 회사의 본질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경제적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개정안은 또 계열회사 간의 합병에선 외부평가기관을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가 선정하고, 특수관계인과 합병 등의 상대 법인과의 이해관계를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불공정한 합병가액으로 투자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합병 등을 한 주권상장법인·이사·감사·외부평가기관이 연대책임을 지도록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제2의 동원산업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 그는 “소액주주에서 대주주로의 부의 이전을 막는 등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방향으로 현행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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