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도는 교육교부금, 지방대 살리기에 쓴다

입력 2022-04-27 16:46   수정 2022-04-27 16:55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중 일부를 대학 지원에 쓰겠다고 27일 밝혔다. 방만한 교육 예산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교육교부금을 재정난에 빠진 지방대학 쪽으로 돌려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예산 중 일부를 나눠줘야하는 각 시도 교육청의 거센 반발이 뒤따를 것으로 보여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학생은 줄어드는데 교부금은 늘어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인수위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지역균형발전 비전 및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인수위는 세 번째 국정과제로 내놓은 ‘지방 교육 및 인적자원 양성체계 개편’ 항목에서 “교육교부금 지원을 지역대학까지 확대하겠다”며 “지역 간 교육 격차를 극복할 수 있도록 교육교부금 중 일부를 고등교육에도 지원해 초-중-대학까지의 교육을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학령인구 감소, 초중등과 고등교육간 재원투자 불균형 등 교육환경변화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교부금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온 방안이다.

교육교부금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중앙 정부가 유치원과 초·중·고 교육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재원을 이전해주는 제도다. 현행 교육교부금 체계에서는 학령인구 등 교육재정수요와 무관하게 중앙정부가 매년 내국 세수의 20.79%를 교육교부금으로 배분해야 한다.

올해 교육교부금 규모는 본예산 기준 65조1000억원에 달한다. 학령인구는 급감하는데 반대로 교육교부금 규모는 계속 늘어나면서 ‘방만 집행’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40년 교육교부금이 106조2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김인철 “고등교육교부금 필요”
교육교부금은 각 시도 교육감이 실권을 쥐고 지역 내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 배분한다. 고등교육기관(대학)은 혜택을 전혀 볼 수 없다. 이런 구조 때문에 남는 교육교부금을 나눠 쓰자는 것이 대학들의 숙원이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 시절 “14년째 등록금이 동결돼 있어 많은 대학들이 재정위기에 빠져 있다”며 “고등교육재정교부금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당선인도 ‘지방대 살리기’를 대선 공약 중 하나로 제시하며 지방 거점 대학 집중 투자와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 확대를 선언한 바 있다.

인수위의 방안이 현실화하려면 여러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 우선 각 시도 교육청의 반발이다. 교육청들은 여전히 초·중학교 과밀학급이 3만9000곳에 달해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학들과 예산을 나눠쓸 형편이 못된다는 얘기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이미 국세 일부의 지방세 이양이 확대돼 교부금 축소가 현실화하고 있다”며 “지방교육재정 축소 움직임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구조조정 속도가 늦어져 학령인구 급감의 흐름에 역행하게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역량이 미달해 학생 수를 줄이거나 폐교해야하는 이른바 ‘좀비 대학’에까지 무차별적으로 돈이 흘러들어가면 전체적인 대학 경쟁력이 오히려 저하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인수위는 이밖에 지방 교육 개선 방안으로 △학교 교육 다양화를 위한 교육자유특구 시범 운영 △지역대학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자체 자기책임성 강화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 확대 등을 내놨다.

최만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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