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재능이 없다면 록밴드에서 썩을 것이다.”
재즈 음악을 다룬 영화 ‘위플래쉬’에서 주인공 앤드루 방에 붙어 있는 문구다. 최고의 재즈 드러머를 꿈꾸는 주인공이 마음을 다잡는 문장으로 썼다. 영화처럼 재즈는 ‘우월한’ 장르가 됐다. 세월이 흐르며 화성(코드)이 복잡해지고 리듬이 정교해져 예술성이 깊어졌다. 음악평론가마저 재즈를 가볍게 말하지 못한다. 미국 최고의 음악사학자로 불리는 테드 지오이다는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모든 걸 배워도 깊게 이해하지 못하는 게 바로 재즈”라고 했다. 그래도 지구인에게 재즈를 감상하는 길은 늘 열려 있다.
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곡은 ‘테이크 파이브(Take five)’다. 데이브 브루벡이 1959년 작곡했다. 흔히 불멸의 명곡이라 불린다. 첫마디만 들어도 단번에 재즈를 느낄 수 있다. 듣기 편한 멜로디에 리드미컬한 베이스 등이 어우러진다.
보사노바 리듬을 본뜬 재즈도 널리 퍼져 있다. 브라질의 음악가 카를로스 조빔이 1962년 쓴 ‘이파네마의 소녀(The Girl from Ipanema)’다. 흥겨운 보사노바 리듬에 재즈의 서정성이 깊이 엮여 있다. 두 곡 외에도 ‘고엽(Autumn leaves)’, ‘플라이 미 투더 문(Fly me to the moon)’ 등도 명곡으로 손꼽힌다.
1930년대 작곡된 스탠더드에는 재즈의 정통성이 담겨 있다. ‘뺨에서 뺨으로(Cheek to Cheek)’, ‘테이크 더 에이 트레인(Take the ‘A’ Train)’, ‘보디 앤드 소울(Body and Soul)’, ‘서머타임(Summertime)’ 등엔 어딘가 마음을 둥그렇게 하는 깊은 정취가 배어 있다.
재즈 평론가들은 스탠더드로 귀가 트였다면 명반을 섭렵하라고 조언한다. 같은 곡이라도 다르게 해석해 색다른 선율을 들려준다. 남무성·김광현·최규용 재즈 평론가가 다섯 장의 명반을 꼽았다.
모두가 첫손에 꼽은 명반은 데이브 브루벡 콰르텟이 1959년 발매한 ‘타임아웃(Time Out)’이었다. 역사상 가장 높은 판매액을 올린 재즈 앨범으로도 유명하다. 섬세하고 안정적인 선율에 다양한 박자를 버무렸다. 대중성과 예술성을 고루 갖춘 음반으로 평가받는다.
재즈의 세계를 확장한 음반도 있다. 스탠 게츠와 후앙 질베르토가 1963년 함께 내놓은 ‘게츠&질베르토(Getz&Gilberto)’다. 브라질의 보사노바 리듬을 재즈 스타일로 해석했다. 블루스와 스윙만 재즈가 아니라는 걸 증명한 음반이다.
재즈의 시인이라 불리는 빌 에번스의 음반도 뽑혔다. 그의 위상을 역사에 각인한 ‘포트레이트 인 재즈(Portrait in Jazz)’는 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가장 위대한 걸작으로 유명하다. 서정성을 양껏 담아 듣기 편안한 곡들이 실렸다.
캐논볼 애덜리가 1958년에 쓴 ‘섬싱 엘스(Something Else)’에는 재즈의 묘미가 그득하다. 거장 트럼페터 마일스 데이비스가 솔리스트로 참여했다. 색소폰과 트럼펫의 절묘한 화음이 돋보인다.
고전 중의 고전도 명반으로 선정됐다. 재즈의 대모 엘라 피츠제럴드와 루이 암스트롱이 1957년 함께 선보인 ‘엘라&루이스’다. 재즈의 원조인 두 보컬의 목소리가 마음을 적신다. 다섯 장 외에도 재즈의 여제 빌리 할리데이의 ‘레이디 인 사틴(Lady in Satin)’과 마일스 데이비스의 ‘카인드 오브 블루(Kind of Blue)’ 등도 추천했다. 남 평론가는 “이미 재즈는 영화, 팝송,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우리 일상에 깊이 녹아들어 있다”며 “과거 명곡을 듣고 현대 재즈 뮤지션들의 신곡을 듣는 것도 취향을 찾아가는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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