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교 병원에서 코로나19에 확진된 2세 유아가 지난 12일 사망한 사건을 두고 병원 측이 28일 “간호사의 투약 실수가 있었다”고 사과한 가운데 일선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인력난이 벌어지면서 간호사들의 담당 부서를 무분별하게 이동시키는 탓에 앞으로도 의료사고는 얼마든지 계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자 간호사들의 대규모 이동이 다시 일어나고 있어, 현장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전담 병동은 일반 병동에 비해 간호에 필요한 지식의 범위가 훨씬 넓다. 일반적으로 외과병동 간호사는 외상 또는 수술 후 간호 등 해당과 전문성만 필요한 반면 코로나19 확진자 담당은 다양한 지식이 필요하다. 호흡기 질환 등 코로나19 치료와 관련된 사항 뿐 아니라 다양한 기저질환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있어야 한다. 보호자의 백신 접종 여부 확인 등 갖가지 서류 업무도 따라온다. 김 씨는 “이렇게 복잡한 업무가 신규 간호사에게 배정되면 실수 없이 처리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최근 ‘병원인증평가’ 기간이 다가오면서 관련 작업 부담도 더해지고 있다. 병원인증평가란 병원이 받는 의료기관 인증평가로 의료서비스의 제공과정 및 성과, 의료기관의 조직·인력관리 등을 주로 평가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간호사는 “인력난에 시달리는 와중에 병원인증평가 준비까지 하다보니 분위기가 엄중해져 선임자에게 개별 환자에 관해 충분한 인수인계를 받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강경화 한림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는 “구체적인 평가 항목은 병원마다 다르더라도 병원인증평가 시기에 간호사들의 업무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은 코로나19 환자 감소로 두 곳의 코로나 중환자 병동 중 한 곳의 문을 닫았다. 해당 병원 일반병동에서 근무하는 한모 씨(29)는 “간호사들이 다른 부서로 대거 이동하면서 근무표를 비롯해 동료와 수간호사가 갑작스레 바뀌었다”며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이들 중 퇴사한 경우도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예민한 곳에서 동료와의 호흡, 병동을 책임지는 수간호사와의 관계는 일선 간호사에게 매우 중요하다. 한 씨는 “인사이동이야 어느 회사든 있을 수 있지만, 이렇게 갑작스런 변화가 발생하면 간호사도 적응이 힘들고, 결국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겠나”고 말했다.
8년차 간호사 박지윤 씨(32)는 병동 간 차별대우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씨가 일하는 병원은 일반병동 근무자의 경우 코로나19 전담병동과 달리 추가수당이 없다. 오히려 근무자 중 확진자가 발생해 다른 간호사가 응급 출근을 하는 경우도 많아 휴게시간 보장조차 어렵다는 것이 박 씨의 설명이다. 그는 “간접적으로 코로나19 대응에 참여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부분에서는 사기 자체가 저하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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