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조합장은 '옛말'…툭하면 해임 '파리목숨'

입력 2022-04-28 17:12   수정 2022-05-06 19:08

최근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조합장의 중도 하차가 부쩍 잦아지면서 조합장의 위세가 예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 광명뉴타운 2구역에서 A조합장이 임시총회를 거쳐 해임됐다. 2구역은 대우건설, 롯데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하는 3344가구 규모 대단지다. 지난해 11월 3.3㎡당 일반분양가가 2000만원으로 책정되자 조합원들 사이에선 “주변 아파트 시세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조합장 책임론을 제기했다.

엄격하게 따지면 분양가 상한제에 가로막힌 것이어서 조합장 책임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조합원들은 교체를 택했다. 한 조합원은 “분양가가 명분이지만 조합 집행부의 소통과 회계 투명성 부족 등 다양한 불만이 누적된 것”이라고 전했다. 인근 광명 뉴타운 5구역도 지난 2월 “고령의 조합장이 사업 진행을 잘하지 못한다”며 해임했다.

서울에서는 한남2·3구역, 노량진6·7구역이 분양가 산정 등 비슷한 이유로 조합장이 한 차례 바뀌었다. 역대 최대 규모 재건축으로 불리는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는 조합장 교체 후에도 홍역을 앓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합장 교체가 잦아진 이유로 카카오톡과 같은 SNS 활동을 꼽고 있다. 현행 도시정비법상 조합원 10분의 1만 넘으면 조합장 해임 요구 임시 총회를 열 수 있고, 총회 참석자 과반수 동의로 통과시킬 수 있다. 서면결의서도 유효하다. 예전과 달리 SNS 단톡방 등을 통해 의견 교환이 용이해지면서 조합원의 의견을 모으기도 한결 수월해졌다는 얘기다. 정비사업에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춘 조합원이 많아진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법률시장에서는 조합장에 불만을 가진 조합원들에게 해임 과정을 컨설팅하거나, 해임당한 측의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 수요도 늘고 있다. 정비사업 소송 전문가인 정민성 법무법인 다원 대표변호사는 “예전에 비해 조합장 자질이 더 나빠진 것도 딱히 아닌데 최근 들어 관련 법적 분쟁이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총회 소집 요건에 해임 사유를 적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조합장이 엄청난 비리나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통과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잦은 조합장 교체는 사업 지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김제경 투미 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조합장이 한 번 교체되고 나면 기본 6개월에서 길면 1년 정도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국회에도 잦은 조합장 교체로 인한 사업 지연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합 임원 해임 총회 소집 요건을 조합원 10분의 1에서 5분의 1 이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다음달 2일 국토위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발의 당시 찬성과 반대 양측 목소리가 거셌던 만큼 꽤 논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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