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원30전 오른 1272원50전에 마감했다. 지난 20일(1236원10전) 이후 종가 기준 6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환율이 달러당 1270원을 넘은 건 2020년 3월 19일(1285원70전) 이후 2년1개월 만에 처음이다.
환율 상승세가 계속되자 홍 부총리는 이날 외환시장 개장 전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이번주 들어 원·달러 환율 오름세가 매우 빠른 상황”이라며 “급격한 시장 쏠림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구두 개입을 했다.
홍 부총리는 12일에도 환율이 1230원을 넘어서자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시장 안정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고 또 필요하면 하겠다”고 말했다. 25일 외환 당국 차원에서 이뤄진 구두 개입까지 포함하면 정부가 이달에만 세 차례 경고성 메시지를 냈지만 환율 급등을 막지 못한 것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 들어 일본은행의 금리 동결로 엔화 가치가 하락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자 덩달아 상승(원화 가치 하락)했다. 최근 환율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고강도 긴축 예고와 중국 봉쇄 조치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치면서 급등세를 타고 있다. 주요 6개국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도 이날 103선을 넘어서며 2017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환율 상승이 수출 증대 효과보다는 수입 물가를 높여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는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는 환율을 끌어내리기 위한 고강도 시장 개입보다는 구두 개입과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 수준의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달러를 제외한 주요 통화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물가, 경기 회복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책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25일 최근 달러 가치 상승을 거론하며 “원화 절하 폭이 다른 국가에 비해 심한 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후 외환시장에선 달러 강세 분위기가 굳어졌다. 시장에선 환율이 128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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