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측 '검수완박 국민투표' 배후엔 신평 변호사?

입력 2022-04-28 11:40   수정 2022-04-28 14:22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27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거론한 배경으로 이틀 전 페이스북을 통해 이를 제안한 신평 변호사(사진)의 글이 재조명받고 있다. 판사 출신으로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신 변호사는 이날도 '대통령이 검수완박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이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재차 주장했다.

신 변호사는 28일 한국경제신문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나 국민의힘 측에 국민투표 아이디어를 직접 구두로 제안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가에서는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신 변호사 SNS의 글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 변호사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 지지선언을 했고, 대선 기간에도 캠프 안팎으로 조언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 비서실장은 전날 밤 '국민투표 거론이 정치적 주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신 변호사 페이스북에도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글이) 올라왔다"며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비서실장이 처음 검수완박에 대한 국민투표 시행 방안을 언급하기 이틀 전 신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검수완박 법률안의 국민투표 회부를 제안함'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윤 당선인은 더 이상의 국정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정부에게 '검수완박'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의하도록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민투표 실시 날짜를 6.1 지방선거일로 제안하며 "선거일로 하면 예산 지출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 비서실장 역시 "6.1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 변호사는 국민투표 제안의 근거로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한 헌법 제72조를 언급하며, "국가의 수사 절차를 일거에 변경시키려고 하는 것은 이 헌법 조문에서 말하는 ‘중요정책’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은 그 변경을 최고의 헌법수호자인 국민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끔 국민투표에 부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장 비서실장의 발표 이후 국민투표의 합법성을 두고 논란이 일자 신 변호사는 이후 다시 '소위 '검수완박'을 의제로 하는 국민투표를 대통령이 실시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검수완박 국민투표'가 가능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검수완박 국민투표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에 해당한다는 점 외에도, 헌법재판소가 국민투표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국회의 개선 입법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앞서 2014년 헌법재판소는 재외국민의 국민투표를 제한했다는 이유로 국민투표법 조항을 헌법불합치로 판단했다.

신 변호사는 "헌법상 대통령의 국민투표 부의권이 있기 때문에 법에 일부 흠결이 있더라도 여전히 살아있다"며 "어느 법률의 조항이 위헌 무효라 하더라도 그 법률 전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국내 거소 신고가 안 된 재외국민 투표권 행사를 제한한 국민투표법 제14조 1항의 위헌성이 제거된 형태로 국민투표법이 지금도 유효하게 존재한다는 얘기다. 그는 "국민투표를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하면 그 투표자명부에 따라 재외선거인에게 국민투표권을 부여하면 된다"고도 했다.

신 변호사는 국민투표법이 8년 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음에도 국회가 개선 입법 마련을 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그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15년 말까지 개선입법을 마련했어야 했지만 국회는 자신의 무능, 태만으로 입법을 하지 않았다"며 "자신(국회)의 위헌적인 권한 행사로 생긴 위헌적 상태를 바로잡고자 헌법에서 규정하는 대통령 권한을 무력화시킬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설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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