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현지시간) “세계 각국이 곡물 등의 수출을 통제하는 ‘식량 무기화’에 나서고 있다”며 “인도네시아의 수출 금지는 식량보호주의의 최신 사례”라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곡창지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은 연쇄적인 식량 수출 금지를 촉발했다. 국내 공급 부족을 우려한 러시아가 6월까지 카자흐스탄 등 인접국에 밀 옥수수 등의 수출을 중단했다. 그러자 카자흐스탄을 비롯해 세르비아 헝가리 불가리아 등이 잇달아 식량 수출 통제에 나섰다.
세계은행은 식량 수출 통제를 선언한 국가가 지난 2월 러시아의 개전 이후 25% 늘어나 35개국에 달한다고 밝혔다. 캐나다 비영리기구 세계무역경보(GTA)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식량 비료 등의 수출을 제한한 정책은 현재 36건에 이른다. 올해 1월 7건, 2월 12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수출 통제는 가격을 폭등시키고 있다. 이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거래소에서 팜유 가격은 t당 7757링깃(약 226만원)을 기록했다. 팜유 수출금지 보도가 나온 지난 22일(6871링깃) 대비 12% 올랐다. 올 들어 상승률은 50%에 달한다. 팜유를 대체하는 대두유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파운드(약 0.45㎏)당 87.8센트로 장을 마감해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세계은행은 이날 내놓은 ‘원자재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전쟁 여파로 각종 곡물과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이 2024년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최근 곡물 가격 상승폭은 2008년 식량위기 이후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국제적으로 식량을 무기로 보복을 가하는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곡물 수출국의 이기심 때문에 식량을 수입하는 최빈곤국부터 쓰러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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