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비전의 충돌》을 쓴 미국 경제학자 토머스 소웰은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와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경제를 ‘비전 충돌’ 사례로 들었습니다. 그는 민간 주도 경제를 시장경제로, 정부 주도 경제를 계획경제로 구분했습니다. 그는 민간이 정부보다, 시장경제가 계획경제보다 나은 이유를 다양한 시각에서 살폈습니다.
경제철학에서 이것은 지식의 한계, 이성의 한계로 불립니다. 시장경제론자들은 인간의 이런 한계 때문에 시장이 생겨났고, 시장이 이런 한계를 정부보다 더 잘 메워준다고 봅니다. 시장에선 누가 지시하거나 명령하지 않아도, 누가 통제하지 않아도, 재화와 서비스가 신기할 정도로 잘 생산되고, 잘 교환되고, 잘 소비됩니다. 얼마에 팔아야 하는지, 얼마나 만들어야 하는지를 개인과 기업들이 감지하고 결정합니다. 소비자와 생산자는 ‘어떤 힘’에 이끌려 재화와 서비스를 사고파는 거죠. 애덤 스미스는 이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불렀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계획경제가 작동했던 시기가 없진 않습니다. 규모가 작은 원시 부족 시대죠. 100명 이하의 부족민을 거느린 정부(부족장이나 추장)는 언제 어디로 사냥하러 가야 할지, 고기와 과일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를 알 수 있었어요. 물론 그 가짓수가 적었고 부족민의 취향도 단순했지요. 오늘날처럼 많은 것이 생산되고 거래됐다면 추장의 머리는 터졌을 겁니다.
민간이 정부보다 잘하는 이유는 손실과 이익을 대하는 기본자세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민간은 손해보다 이득을 얻으려는 이기심(self-interest)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공무원들로 구성된 정부는 손실과 이익에 덜 민감합니다. 이것을 경제학에선 인센티브라고 부릅니다. 자기 재산을 투입하는 민간과 월급을 받고 정년이 보장된 정부 공무원. 누가 더 이익과 성장에 예민할까요? 민간은 창의력과 열정을 가져야 할 인센티브가 큽니다.
민간경제는 정부 경제보다 경쟁을 자극합니다. 경쟁은 상대를 죽이는 게 아닙니다. 누가 더 나은 기술력과 창의력을 가졌는지 알 길이 없으므로, 그것을 가진 사람들에게 시장에 나와서 손을 들어보라는 겁니다. 경쟁을 ‘지식과 정보를 발견하는 절차’라고 부르는 이유죠. 시장경제에서 분업(생산성 향상)도 활발합니다. 정부가 지시하고 통제하는 곳에선 분업이 덜 일어납니다.
정부가 민간보다 잘하는 영역도 물론 있답니다. 경기 룰(rule)을 적용해 사기 친 사람과 계약을 어긴 사람을 벌하고, 나라를 지키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이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민간 주도 성장을 강조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2. 지식의 한계, 이성의 한계가 무엇을 뜻하는지 찾아보자.
3. 시장이 잘하는 일, 정부가 잘하는 일을 찾아 토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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