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등쌀에 바뀌었나"…홈페이지서 공무원 이름 가린 식약처 [돈앤톡]

입력 2022-05-01 07:07   수정 2022-05-01 07:43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홈페이지 조직도에서 공무원들의 이름을 가린 걸 두고 바이오기업 주주들의 원망이 공무원 개인을 향하는 걸 피하려는 조치 아니냐는 추측이 제약·바이오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식약처가 홈페이지의 조직도에서 각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이름을 가린 건 작년 2월이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과중해진 업무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게 식약처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식약처 홈페이지의 조직도를 보면 각 부서의 담당업무별로 전화번호만 공개돼 있다. 식약처는 이를 ‘대표번호’라고 부른다. 우선 대표번호 담당자가 전화를 받아 문의·민원을 해당 분야 공무원에게 전달하고, 그 공무원은 급한 업무를 마친 뒤 대응한다고 식약처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 대표전화 담당자가 직접 대응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식약처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업무가 과중해진 질병관리청은 여전히 홈페이지의 조직도에 업무별 담당 공무원의 이름과 직위, 사무실 전화번호를 공개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식약처가 홈페이지에서 공무원의 이름을 가린 조치가 주가 등락에 민감한 바이오기업 주주들의 항의성 민원 때문이 아니냐고 의심한다. 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업무를 진행한 식약처 담당자가 주주들의 항의성 전화 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 식약처가 홈페이지에서 공무원들의 이름을 가린 작년 2월은 셀트리온이 개발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레그단비맙)의 조건부 허가가 이뤄진 무렵이다. 셀트리온 종목 토론방의 당시 글들을 찾아보면 기대보다 보수적인 렉키로나의 처방 기준에 대한 불만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바이오기업과 식약처 사이의 분쟁이 많아지기도 했다. 대표적인 품목이 보툴리눔톡신제제(일명 보톡스)다. 국내 보툴리눔톡신제제 제조업체들이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수출용 보툴리눔톡신제제를 국내에서 수출 대행업체에 판매했다는 이유로 메디톡스와 휴젤의 제품에 대해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내리면서다. 이후 두 회사의 주가가 급락했다. 지난 29일 휴젤의 종가는 12만5400원으로, 작년 7월16일의 고점(26만7000원) 대비 반토막 이하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대관업무 담당자들이야 이미 업무와 관련된 식약처 공무원들과 대면으로도 인사를 나눈 경우가 많다”며 “불편을 겪는 건 관련 업계에 종사하지 않는 불특정 다수”라고 지적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발간한 ‘홈페이지 개인정보 노출방지 안내서’에는 “공무원 및 공공기관 임직원은 원활한 대민서비스 등 국민의 편의를 진작하고 친절한 서비스 제공 등의 업무 진행을 위해 △조직(부서명) △성명 △사무실 전화번호 △직급과 직위 △담당업무 정도를 기관이나 조직의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돼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공무원의 이름을 공개하는 문제는 각부처에서 판단할 문제로,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나온 규정은 없다”면서도 “일반 국민들이 (공공기관의) 업무에 대해 궁금한 사항이 있을 때 홈페이지에 (공무원의 성명 등이) 공개돼 있으면 찾기가 쉽기에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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